적폐수사 장기화 우려와 저항에
원칙적 입장 표명했다는 의미
지난 정부 국정원 불법행위 수사
사실상 종착지에 근접했단 해석도
“적폐 사건 수사를 그만하라는 게 아니다. 속도를 내자고 독려한 말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적폐 수사 연내 마무리’ 발언을 놓고 검찰 안팎과 정치권 등의 해석이 분분하자 대검 관계자는 6일 이렇게 말했다. 문 총장의 5일 기자간담회 발언은 수사 ‘시한’보다는 ‘속도’에 방점을 둔 것이란 설명이다. 현 정부 국정과제 1호인 적폐청산 수사 장기화에 대한 우려 내지 저항이 고개를 드는 상황을 감안해 검찰 수장으로서 최대한 신속히 수사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국가정보원이 자체 조사해 넘긴 사건 중 중요한 부분은 연말까지 수사를 완료할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 그대로 이해해 달라’는 뜻을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전해왔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부정부패를 찾아내 단죄하는 수사가 아니라 현재와 같이 청와대, 국정원 등 밖에서 던져진 수사거리를 검찰이 해결하는 구조에 대한 총장의 우려로도 읽힌다”고 전했다.
수사 상황을 실시간 보고받는 문 총장이 수사 진척 정도와 남은 일정 등을 종합해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다. 민간인 댓글부대 사건,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사건,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수사·재판방해 사건 등 지난 두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행위와 여기서 파생된 수사는 사실상 종착지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관련 의혹이 남아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는 별론으로 하고 나머지 사안은 이제 마무리될 만한 상황까지 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문 총장이 공개된 자리에서 수사 시한을 언급한 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총장이 전폭적으로 수사팀을 엄호해줘야 수사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오히려 정치적 시비의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수사 피로감, 수사팀 파견검사 복귀 방침 등이 총장 입에서 먼저 나온 데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 핵심 피의자들의 잇단 구속영장 기각이나 구속적부심 석방으로 돌파구 모색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이다. 문 총장의 발언이 자칫 수사 대상자나 참고인들에게 ‘시간만 끌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신호로 인식될까 우려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한 간부는 “통상 검찰은 ‘언제까지 수사를 끝낸다’는 말을 대외적으로 하지 않는다. 문 총장의 공개 발언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수사 상황에 대한 문 총장과 대검, 서울중앙지검의 인식에 온도차도 감지된다. 다만 문 총장과 수사팀 간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 단계에서 검찰 내부 갈등설이나 이상기류 표출 등은 수사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실무자들은 눈앞의 수사를 묵묵히 할 뿐”이라고 전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총장과 수사 일선의 긴장관계는 늘 있어 왔다”며 “수사팀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반기라도 들면 검찰의 현재 수사가 못마땅한 쪽만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檢 “文총장, 적폐수사 데드라인 아닌 속도전 강조한 것”
입력 2017-12-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