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따돌렸다… 한전, 21조원 영국 원전 우선협상자로

입력 2017-12-06 21:36

21조원 규모의 영국 원자력발전소 신규 사업 인수전에서 한국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내년 상반기 사업자로 최종 선정될 경우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8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길이 열리게 된다.

한국전력공사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6일 공식 확인했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영국이 원전 개발사인 뉴젠을 통해 2030년까지 21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원자로 3기를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엄밀히 말해 한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일본 도시바가 보유하고 있는 뉴젠 지분 인수를 위한 것이다.

한전도 ‘배타적 협상의 시작’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전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도시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지 원전 수주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뉴젠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도시바는 2006년 원전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를 54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원전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원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손실이 발생하자 원전 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뉴젠 지분도 매각하기로 했다.

도시바의 뉴젠 지분을 인수한다는 것은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한전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상황은 쉽지 않았다. 중국은 ‘원전 굴기'를 앞세워 인수전에 총공세를 펼쳤다. 최근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해외 신규 원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루마니아 아르헨티나 터키 등에서 11기를 수주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수출 경쟁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가 불안해지면서 영국 신규 원전사업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을 위한 에너지 로드맵 전환에 따라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달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국과 체코, 프랑스를 돌며 한국산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영국에선 그레그 클라크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장관을 만나 ‘원전 협력을 위한 양국 장관 간 각서’에 서명했다.

무어사이드 원전에는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신형 모델인 APR 1400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델은 올해 말 가동에 들어갈 UAE 원전에도 도입됐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