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23일 조합원 직접투표로 치러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임원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나순자 후보(53)가 3만2414명의 지지를 받아 신임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당선이 확정된 지 닷새 후인 28일 오전 기자는 나순자 당선인을 단독 인터뷰했다.
- 당선인 공약 핵심은 무엇이었나.
“‘저지의 시대에서 쟁취의 시대로 가자’는 것. 그간 ‘저지’하는 투쟁을 많이 해왔다. 그러면서도 현장의 인력 문제 및 갑질문화 근절 등 보건의료노조가 추구해야할 과제를 천명해온바 있다.”
- 가장 주안을 두고 추진하는 것은 무엇인가.
“조합원들의 고충은 환자들의 의료서비스와 직결된다. 인력 문제 해결은 반드시 해결할 것이다. 또한 좋은 병원이 되려면 의료 제도의 여러 맹점이 해결돼야 한다. 일단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돼야 한다. 메르스 사태 이후로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와 함께 이를 논의 중이다. 1·2·3차 병원은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갖고 있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또 다른 하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확대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목표는 70%이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80%까진 달성 한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입장이다.”
- ‘지역별 병상 총량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 여러 병원들이 분원을 짓는데 혈안이 돼 있다. 그러다보면 기존의 병원들도 시설 확대 등 과도한 경쟁에 나서게 된다. 병상 총량제를 도입하면 현재 있는 병원에 투자하게 된다. 양적인 시설 확충대신, 질적인 경쟁이 가능해진다.”
-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노동 실태를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낼 것이다. 병원내 불합리함을 근절키 위한 범국민운동을 펴야 환자들에게도 궁극적으로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이슈화와 여론의 지속 시간은 짧다. 매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2∼3만부 가량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를 더 구체화시키면 여러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의견을 수렴해 노사교섭 요구안으로 만드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내년에 산별 교섭이 복원된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산별교섭을 통해 제기하고 여기에 사회적 이슈가 맞물려 이뤄져야만 전반적이고 세부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 ‘보건의료노조는 이런 일을 하는 곳이다’라고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병원에서 환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 조성을 위해 일하는 곳이 병원노동조합이다.”
- 노조가 없는 병원이 아직 많은데.
“노조가 없는 병원의 노동 환경은 정말 심각하더라. 이들은 오랫동안 억눌려 있었기 때문에 노조가 생기면 정말 열심히 활동한다. 대학병원 중 삼성 및 성심 계열을 제외하면 대부분 노조가 설립돼 있다. 언론 보도는 잠시 흘러 지나가지만, 내부에서 감시하고 견제하지 않으면 개선이 되지 않는다. ‘직장갑질119’에 참여한 이들을 ‘성심 밴드’로 묶어 가입시켰다. 굉장히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성심 밴드’에 들어왔다. 이들은 성심병원 노조 설립의 초석이 됐다.
- 대중은 노동조합에 대해 편견과 때로는 적개심을 갖기도 한다.
“역대 정권과 언론의 잘못이라고 본다. ‘노조=빨갱이’, ‘귀족노조’, ‘회사보단 본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조직’ 등 여러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노동자라면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선 100% 공감하리라고 본다. 비록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긴 하지만, 성숙한 사회라면 사업장마다 쉽게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 1, 2차 의료기관의 노동 실태는 매우 열악하지만, 노조를 통한 문제제기는 남의 일이었다.
“인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간호조무사의 조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보건의료노조가 연대해 간호조무사 보수교육에서 노동법 해설 강의나 노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상당수 인원이 보건의료노조 인천지역지부에 가입했다. 조합원이 직장에서 곤경에 처하면, 인천지역지부가 사용자와 면담, 해결을 촉구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들은 함부로 대하질 못한다. 이 사례를 모델로 향후 인력 충원 등을 통해 의원급 소속 노동자 보호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신임 위원장 “근로여건 개선은 환자건강 직결… 권리찾기 총력”
입력 2017-12-10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