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치매연구개발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인 묵인희 교수(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가 지난달 22일 자진 사퇴했다. 묵 전 위원장이 치매 치료제 개발 회사인 ‘메디프론’의 최대주주이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의 이해당사자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이틀만의 일이었다. 현재 묵 전 위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세 가지다. ▶메디프론이 사실상 가족회사라는 점 ▶국비 45억원을 들인 치매 진단 기술을 3억1000만원에 메디프론에 넘긴 배경 ▶위원장 취임 직후 메디프론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묵 전 위원장을 비롯해 보건복지부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치매국가책임제’ 후속조치의 하나인 이 사업은 ‘국가치매연구개발 10개년 투자계획을 수립’을 목표로,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가 참여한 범부처 치매 연구개발(R&D) 사업이다. 사업 발표 즉시 정부의 파격적인 예산 투입과 위원 선정 등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묵 전 위원장의 ‘스캔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묵인희 위원장은 메디프론의 연구 개발자이자 최대주주”이라며 “묵인희 위원장이 ‘메디프론’에 기술이전을 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메디프론의 전 대표는 묵 위원장의 오빠이며, 2대 주주는 묵 전 원장의 남편인 점을 거론하며, “1조원대 치매프로젝트를 맡는 위원장을 맡는 게 과연 적절한가”라고 반문했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도 “이런 분이 위원장을 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면서 “치매 위원장이 되자마자 110억원 유상증자를 했다”고 지적했다. 비판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나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치매개발연구위원은 자문위원으로 12월까지 향후 연구방향의 큰 틀을 짜는 일종의 준비 기구이자 임시조직”이라며 “본인이 이미 22일 사퇴했기에 본인 개인의 명예도 있어서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지나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묵 전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남에 따라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별다른 행동의 제약은 없어 보인다. 실제 그는 공식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하는 등 불명예 퇴진 불과 엿새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묵 전 위원장의 사퇴 소식이 처음 알려진 24일 언론인 송년회에 참석했다. 유 장관은 두 팔을 번쩍 올리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면서도 이번 논란에 대해선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국가 치매연구개발위원회는 단일 임상·연구 분야에 1조원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권한을 갖는 조직이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업 및 참여 인사들의 공정성과 도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조원에 달하는 대단위 사업의 시작부터 공정성에 금이 간 이유는 하나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모신’ 인사들의 검증이 과연 신뢰할 수준으로 이뤄졌냐는 것이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발족 두 달만에… 국가 치매연구개발위원회의 초대 위원장 ‘찜찜한 하차’
입력 2017-12-10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