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라고 하면 흔히 머리를 열고 하는 수술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흉터도 남기지 않고 뇌하수체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법이 주목받고 있다. 뇌하수체는 두개골 기저부에 위치하는 완두콩 크기의 작은 구조물로, 이곳에 종양이 생긴 것을 뇌하수체종양이라 한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호르몬 이상으로 인해 생리불순, 성기능장애가 나타난다. 또 얼굴 모양이 변하며 손발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기도 한다. 종양이 커지면 주변 신경을 압박해 두통, 시력저하도 나타날 수 있다. 뇌하수체종양은 전체 뇌종양의 10∼15%를 차지하며 신경교종, 뇌수막종 다음으로 발생빈도가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하수체종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질병코드 D352), 5년간(2012∼2016년) 34%나 증가(1만6343명→2만1846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준으로 여성(1만3946명)이 남성(7900명)보다 1.7배 많았다. 여성 환자 5명 중 1명이 30대로 호르몬 이상으로 인한 증상이 의심되면 뇌하수체종양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뇌하수체종양 치료는 크기, 위치에 따라 수술, 약물, 방사선요법으로 나뉘며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국내 병원에서 코를 통해 현미경을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법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현미경 수술법은 수술 시야가 좁아 원치 않는 부위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종양을 완전하게 제거하지 못할 경우 재발률이 30∼40%에 달해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 현미경을 넣기 위해 두 개의 콧구멍을 하나로 만들기 때문에 비중격, 비연골이 손상되고 수술 후 코 모양 변형의 후유증도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내시경 수술법은 4㎜ 얇은 카메라가 종양까지 바로 접근해 3D로 확보된 시야를 통해 종양을 깔끔하게 제거하므로 재발률이 낮다. 한쪽 콧구멍에는 수술 도구가 다른 쪽엔 카메라가 들어가기 때문에 코에 흉터를 내지 않고 2∼3시간이면 마친다. 또한, 수술 후 출혈·통증이 적어 다음날 바로 퇴원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이승환 교수는 뇌하수체종양 다학제팀을 구성해 수술 전 과정에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내분비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전문의와 논의하고 환자별 최상의 치료법을 고안해 수술의 정확도 및 치료결과 만족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집도한 수술 모두 합병증 없이 관리되고 있고, 98%는 수술 후 재발 없이 좋은 예후를 보이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뇌종양 수술 시 머리를 열지 않고 내시경 수술법으로 제거하는 강점을 내세워 ‘내시경 뇌종양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신경외과, 내분비내과, 이비인후과 교수 간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 맞춤형 세밀한 치료 계획을 수립, 진단부터 수술·퇴원까지 10일 내 원스톱 진료를 제공한다. 이승환 교수는 “뇌하수체종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증식 속도가 느리고 기타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드물어 조기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호르몬 이상 증상이 보이면 뇌하수체종양을 고려해 조기에 검진 받을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
뇌하수체종양이라도 콧속 내시경으로 제거
입력 2017-12-10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