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요정’ 메드베데바 등
스타들 빠져 반쪽짜리 대회 위기
아이스하키는 사실상 ‘B급’ 경기
종목별 메달 판도도 요동칠 듯
각국 스포츠계 “IOC 결정 환영…
모두가 공정한 경쟁에 노력해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겨울 스포츠 강국’ 러시아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금지령을 내리면서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동계 종목에서 눈에 띈 러시아 스타들이 불참할 경우 평창올림픽 흥행에 적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 종목별 메달 구도도 심하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평창올림픽이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빅토르 안, 메드베데바 못오나
러시아 선수단에는 올림픽 흥행을 이끌 스타들이 많다. ‘피겨 퀸’ 김연아의 뒤를 이어 세계 최정상으로 거듭난 ‘피겨 요정’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는 현 여자 싱글 세계랭킹 1위다. 평창대회에서도 금메달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IOC의 이번 중징계 결정으로 대회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메드베데바를 포함한 러시아 선수들은 약물 반응 검사를 통과하면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하지만 메드베데바는 “중립국 선수로 러시아 깃발 없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반발했다.
2006 토리노대회 3관왕 주인공인 쇼트트랙의 영웅 안현수는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2014 소치올림픽에 참가했다. 여기서 또다시 3관왕에 올라 부활을 알렸다. 그는 모국에서 열리는 평창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도핑 사태로 그의 출전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빅토르 안이 빠질 경우 한국 동계스포츠 최고의 인기 종목인 쇼트트랙은 김빠진 잔치가 될 우려가 크다.
빅토르 안은 개인자격으로라도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6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열린 러시아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그는 “러시아가 평창올림픽 보이콧 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개인 자격으로 나서고 싶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했기에 포기할 수 없는 무대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따낸 러시아 크로스컨트리 세르게이 우스티우고프, 바이애슬론의 강자 안톤 시풀린이 올림픽에 나오지 못할 경우 이들 종목에 대한 흥미는 크게 반감할 전망이다.
동계올림픽 최고 흥행 종목인 아이스하키는 사실상 ‘B급’ 경기가 펼쳐질 것 같다. 세계 최강의 실력을 뽐내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FL) 스타들에 이어 ‘세계 2위’의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소속 선수들도 평창행이 무산될 처지가 돼버렸다.
최강국 퇴출로 메달 판세 요동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을 포함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가져갔다. 소치올림픽에서도 33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당초 평창에서도 러시아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러시아는 평창올림픽 전체 102개 종목 중 32개 종목의 선수들이 메달권에 진입해 있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바가 있는 피겨 스케이팅을 필두로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스키애슬론, 컬링, 루지, 스켈레톤, 아이스하키,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수의 종목에서 메달권 후보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평창올림픽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음에 따라 메달 판도 역시 변화가 있을 조짐이다. 미국 독일 노르웨이 등은 라이벌의 퇴장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국 역시 러시아가 강세인 빙상 종목, 또는 썰매나 설상의 일부 종목에서 순위를 끌어 올릴 가능성이 생겼다.
세계 각국의 체육계는 IOC의 중징계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크레이그 리디 위원장은 “러시아 선수들은 도핑 혐의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우리 위원회는 IOC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국가주도 도핑조작 혐의를 폭로한 리처드 맥라렌 교수는 “IOC의 결정이 자랑스럽다. 모든 스포츠 단체는 선수들이 공정한 경쟁을 펼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반겼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IOC의 징계로 도핑 문제가 반복되지 않길 기대한다”고 했고 호주올림픽위원회(AOC)는 “IOC는 적절한 조치를 내렸다. 평창올림픽에서 더욱 공정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주연급 빠지는 ‘평창 드라마’… 러시아 출전금지 후폭풍
입력 2017-12-06 18:37 수정 2017-12-06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