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해석 폐기 예고
대법원 공개변론도 부담
국회 ‘단계적 단축 시행안’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재계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 시행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행정해석 폐기를 예고한 데다 대법원이 근로시간 단축 사건 공개변론을 내년 1월로 잡으면서 근로시간 단축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7일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잇따라 만난다. 지난달 23일에 이어 2주 만에 다시 국회를 찾는 것이다.
이번 방문은 근로시간 단축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된 데 따른 후속 대응 성격이 강하다. 당초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대전제에 동의하지만 유예기간을 충분히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23일 여야 3당 간사는 현행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되 3단계로 나눠 순차 적용하는 방안에 잠정합의했다. 노사 간 첨예하게 맞섰던 휴일근로 중복 할증에 대해선 현행대로 150%를 유지하고, 재계 요구사항인 특별연장근로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계는 잠정안이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에서 합의했던 근로시간 단축안보다 후퇴했다고 봤다. 대타협안은 1000인 이상 사업장이 법 개정 후 1년 이후 시행하는 것을 비롯해 4단계에 걸쳐 법을 시행토록 했다. 특별연장근로도 주 8시간을 허용했다.
하지만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잠정안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재계는 먼저 정부의 행정해석 폐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는 현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행정해석이 폐기되면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돼 바로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고, 휴일수당도 1.5배에서 2배로 늘어난다.
법 개정을 기다려왔던 대법원이 다음달 공개변론에 들어가는 것도 부담이다. 대법원은 2008년 경기도 성남 환경미화원들이 낸 관련 소송 판결 등을 미뤄왔다. 통상임금 판결에서 법원이 정부 행정해석을 뒤집어온 만큼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재계는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 아닌 만큼 국회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 다소 불만이었던 잠정 합의안마저 무산되면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며 “여야가 임시국회에서라도 입법 과정을 밟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재계 ‘근로시간 단축’ 속앓이… 박용만, 내일 또 국회로
입력 2017-12-06 19:05 수정 2017-12-06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