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실적 악화에 대비 유상증자

입력 2017-12-06 18:19 수정 2017-12-06 21:34

삼성중공업이 실적 악화에 대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지난해 11월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지 1년여 만이다. 주가는 급락했다.

삼성중공업은 6일 올해와 내년 연간 실적 전망을 조기 공시하고, 금융경색 등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내년 5월까지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이 공시한 연간 실적 전망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7조9000억원에 적자 4900억원, 내년도 매출은 5조1000억원에 적자 2400억원이다.

내년도 적자 전망까지 이례적으로 조기에 공개한 것은 실적 악화에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전세계 조선업황 악화로 지난해 수주 실적이 5억 달러로 급감한 바 있다. 당초 목표액이었던 53억 달러의 10% 수준이다.

또 조선업종이 불황을 딛고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데 실적이 저조할 경우 시장 충격이 클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적자 요인으로 구조조정·비용감축 실패로 고정비 부담과 매출원가 증가, 올해 수주한 일부 공사에서 예상되는 손실충당금,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위로금 등을 꼽았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인력 효율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또 내년에 조업을 할 수 있도록 납기 기한이 짧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수주 시점이 지연되면서 내년 조업 가능 물량은 감소했고, 구조조정 실적도 목표에 미달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말 기준 예상 가용 자금이 1조3000억원이다. 그런데도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고, 실적 악화에 따른 금융권의 여신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도 은행으로부터 차입금 상환 압박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만기가 되면 통상 차입 연장을 해주는데 지금은 무조건 상환하라는 분위기”라며 “자금 경색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유상증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중공업 주가는 8960원으로 마감했다. 하루 전(1만2600원)과 비교해 28.89%(3460원) 급락한 수치다. 유상증자로 주식이 불어나면 주당 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심리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경영진이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내년 1월 26일 임시주총을 공시하면서 신임 사내이사 3명 선임 건이 상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보는 남준우 조선소장 부사장, 정해규 경영지원실장 전무, 김준철 해양PM 담당 상무다. 3명의 신임 사내이사가 선임되면 사내이사 수를 늘리지 않는 한 기존 사내이사 3명은 물러나게 된다.

글=임성수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