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푸른 눈 세손빈 줄리아 리 94세 노환으로 별세

입력 2017-12-06 21:39
사진=뉴시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 고(故) 이구(1931∼2005)의 부인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사진)가 노환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향년 94세.

6일 한 매체는 줄리아 리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의 할레나니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사망한 사실을 이구 선생의 9촌 조카인 이남주 전 성심여대 음악과 교수를 인용해 보도했다.

줄리아 리는 요양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해 누워만 있다가 쓸쓸히 눈을 감았다. 임종은 그녀가 낙선재 시절 입양한 이은숙씨가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구 선생은 대한제국 최후의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의 외아들이다. 영친왕과 일본인 부인 이방자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독일계 미국인인 줄리아 리는 1950년대 후반 미국 뉴욕에서 이구 선생을 만나 58년에 결혼했다. 당시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던 그녀는 MIT를 나온 건축가인 연하의 동양인 직장 동료에게 반했던 것이다. 27세이던 이구와 35세의 줄리아는 그렇게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부는 63년 일본에 머물던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의 요청으로 함께 귀국해 서울 창덕궁 낙선재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푸른 눈의 이방인 세손빈을 인정할 수 없던 종친회의 외면과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결국 별거해오던 두 사람은 82년 이혼했다. 그녀는 이혼 후 의상실 경영과 복지사업에 힘썼으며, 95년에는 한국을 떠나 하와이에 정착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