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의 공격수 제이미 바디도 처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는 아니었다. 2009년 8부 리그의 스톡스브리지파크 스틸스에 입단한 그는 공장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하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6∼7부 리그를 거쳐 2011년 5부 리그 플리트우드타운에 둥지를 텄다. 2012년에는 1부 리그 승격을 노리던 레스터시티의 러브콜을 받아 팀을 옮겼다. 그리고 2013-2014 시즌 팀의 2부 리그 우승을 이끌며 꿈에 그리던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이처럼 바디는 하위 리그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다. 잉글랜드 축구가 10부 리그까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선진 프로스포츠는 하위리그가 잘 갖춰져 있다. 미국프로야구(MLB)는 마이너리그, 미국프로농구(NBA)는 G리그가 있다. 마이너리그는 실력에 따라 트리플A, 더블A, 싱글A, 루키 리그로 구분되고, 총 250여팀이 있다. G리그는 26개 구단이 있는데 NBA로 진출하는 선수가 점점 늘고 있다.
스포츠 미생들의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려면 직접 뛸 기회가 주어지는 하위리그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한국프로축구는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챌린지(2부 리그) 내셔널리그(3부 리그), K3리그(4부 리그)로 나뉘지만 선수들의 리그 간 이동은 보기 드문 일이다. 한국프로야구는 퓨처스리그, 한국프로농구는 D리그라는 2부 리그가 있지만 바늘구멍을 뚫고 프로팀에 입단해야만 출전 기회를 얻는다. 한국의 독립야구단은 아직 8팀뿐이다.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의 김인식 감독은 하위 리그와 독립야구를 향한 관심을 호소했다. 김 감독은 “최근 독립야구연맹이 창설되고 팀이 늘어나는 추세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독립야구단도 결국 재정적으로 뒷받침돼야 원활한 운영을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팬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면 프로선수를 꿈꾸는 청춘들이 재도전할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상·하위 리그를 오가는 시스템의 정착과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 감독은 “아직까지 2군 선수가 1군에서 뛰는 사례가 적다. 잠재성 있는 선수들을 뽑았으면 1군급 실력으로 키워내는 지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선수들도 치열한 싸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구 D리그는 6팀만 운영 중인데 활성화가 안 된다. 선진 스포츠와 비교해보면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박구인 기자
‘스포츠 미생’에 필요한 건 ‘뛸 기회’… 하부리그 활성화 절실
입력 2017-12-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