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임모(26)씨는 지난해 3월 2년간 다니던 교회를 떠났다. 처음에는 교인들이 친밀하게 대해줘서 좋았다. 하지만 수요예배나 교회 행사에 참석하라는 권유가 점차 늘었다. 주일예배에만 참석하고 싶었으나 추가로 시간을 내서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진 끝에 교회에 다니지 않게 됐다. 임씨는 다시 교회에 다닌다면 속박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32)씨는 최근 ‘가나안 성도’가 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 교회 세습이나 비리 등에 대한 언론 보도를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기존 교회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세월호 참사 등 사회문제에 대한 침묵도 그를 낙담케 했다. 그는 “교회가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것 같다”며 “기대감이 없어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적 교회를 찾거나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청년 가나안 성도가 늘고 있다. 이들은 교회에 다니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교회에 다시 돌아갈 것이라 말하고, 다시 돌아갈 교회의 이상적인 모습도 고민한다. 이들이 교회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눈높이에만 맞춰져 있는 교회 분위기를 개선하고 소통의 기회를 넓혀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원복음화협의회(학복협·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는 지난 10월 ‘2017 한국 대학생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 연구’(대학생 의식 조사)를 통해 기독교인이라고 답한 대학생 중 28.3%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가나안 교인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 송인규)가 ‘평신도의 소명의식 조사 결과’에서 가나안 교인 비율이 19.2%라고 발표한 것에 비춰볼 때, 가나안 현상은 청년층에 특히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의식 조사에서 청년 가나안 교인들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45.5%)였고,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해서’(24.2%) ‘신앙에 대한 회의’(10.1%) ‘교인들에 대한 불만’(9.1%) ‘목회자에 대한 불만’(6.1%) 등이 뒤를 이었다. 임씨처럼 시간이 부족하거나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하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씨처럼 기존 교회 모습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가진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청년 가나안 교인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앞선 조사에서 ‘한국교회 젊은층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젊은층에 맞는 문화적 선교 전략 마련’(26.9%) ‘젊은층과의 소통의 장 마련’(21.4%) ‘권위주의 타파’(2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존 교회가 청년층 눈높이에 맞춰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불만을 품고 떠난 기독 청년들과 대화의 기회를 넓혀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기성교회 대다수는 어른들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어 청년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정치적 이슈 등에서 충돌이 생길 때도 의도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더 귀담아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나안 교인 맞춤형 사역을 진행 중인 박원홍(서울 서문교회) 목사는 “설교를 8∼10분 정도로 대폭 줄이고 각자 설교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면서 “가나안 성도들이 기존 교회에서 대화 장벽에 부딪혀 절망한 만큼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일러스트=이영은 기자
교회 밖 청년들, 소통의 문 넓혀 돌아오게 하라
입력 2017-12-0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