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한 제가 바보죠.”
지난 5월 결혼한 회사원 이경준(35)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 다시 한번 좌절했다.
이씨는 올해 초 결혼을 앞두고 ‘행복주택’ 신청을 고민했다가 포기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행복주택 오류지구 모집신청을 받고 있었다. 오류지구는 행복주택에 조성하는 첫 신혼부부 특화단지였다.
부모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을 하기로 했던 이씨에게 행복주택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정작 모집이 시작되자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입주 신청을 포기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행복주택 자격 기준인 소득 수준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의 경우 3인 가구 평균소득을 입주 기준으로 했다. 외벌이는 100% 이하, 맞벌이는 120% 이하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혼자 버는 가정의 월 소득은 481만원, 맞벌이는 578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신입사원의 평균 초봉은 연간 2358만원이었다. 대기업 대졸 평균 초봉은 3855만원이다. 월평균 200만∼300만원가량을 버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결혼 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 분석’을 보면 2010∼2015년 결혼한 집단의 초혼연령은 29.4세로 30세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혼이 늦어졌다는 건 입사 후 연차가 쌓여 연봉이 올랐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6년차 직장인인 이씨의 연봉도 4000만원이 넘는다. 외벌이엔 관대하고 맞벌이에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좌절하던 이씨에게 다시 희망이 생긴 것은 정부가 하반기 예고한 주거복지로드맵이었다. 젊은이들이 주택자금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걸 막겠다며 정부는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주택을 5년간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동일한 소득 수준을 들이댔다. 이씨는 “정부가 괜히 기대감만 부풀려 놓았다”며 “결국 둘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둬야 정부의 주거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비즈카페] 맞벌이 신혼부부 울린 주거복지로드맵
입력 2017-12-06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