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1889∼1964)의 증손자 라훌 간디(47)가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대표에 오른다. 간디는 INC의 재건을 이끌며 차기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67)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의 재집권을 막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5일(현지시간) INC 사무총장인 간디가 오는 11일 당 총재로 취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INC는 총재 입후보 마지막 날인 4일까지 경쟁후보 등록이 없어 투표 없는 추대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간디는 인도의 ‘케네디가(家)’로 통하는 네루-간디 가문의 4대(代)손이자 가문이 배출한 5번째 INC 총재다. 네루-간디 가문은 간디의 증조부 네루와 외조모 인디라 간디, 아버지 라지브 간디까지 3명의 총리를 배출해 인도 근현대사를 견인했다. 어머니 소냐 간디(70) 역시 남편 라지브가 사망한 후 INC를 19년간 이끌며 국가자문위원장을 지내는 등 인도 최고의 ‘우먼 파워’로 꼽힌다.
간디는 2004년 양친의 지역구였던 우타르 프라데시주 아메티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명문 네루-간디 가문의 적자로 큰 기대와 지지를 받았고, 2007년부터 사무총장을 맡아 2009년 총선 압승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INC가 2012년 지방선거와 2014년 총선에서 연이어 패해 정치적 타격을 입기도 했다.
최장 기간 총재로 재임한 어머니의 후광에서 벗어나 독자적 성과를 보여줘야 내후년 총선에서 모디 총리와 BJP의 힌두 민족주의에 맞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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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 증손자’ 라훌 간디, 인도 제1야당 대표 취임
입력 2017-12-05 19:01 수정 2017-12-05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