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총장 “구속적부심, 납득할 기준 필요” 법원 우회 비판

입력 2017-12-05 19:12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총장은 구속적부심사를 통한 피의자 석방에 명확한 기준을 두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현규 기자

김관진 등 잇단 석방 염두한 듯
“이 정도면 구속… 예측 가능해야”


“전문가들조차도 이 경우에는 ‘신체의 자유’가 제한될까, 이 경우는 복원될까, 명확하지 않다면…헌법적 기준으로 보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5일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는 개개의 사건에 대해 일일이 논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신체의 자유 제한과 복원에 관해 좀 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근대사법과 민주주의의 단초는 신체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특정 사건에 대한 논평은 아니었지만, 최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구속 피의자들이 법원의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석방된 사례들과 무관치 않은 발언이다.

구속전 피의자심문과 구속적부심에서 피의자의 구속 필요성을 가늠하는 요소 중에는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 문 총장은 이 같은 ‘우려’란 주관적 판단이라는 한계를 인정했다. 검찰 또한 청구하는 구속영장의 일정 부분을 꾸준히 기각당해 왔으며, 기각 자체에 불만을 갖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에서 스스로가 ‘내가 어떤 행위를 하면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정도면 구속되고, 또 다른 정도면 구속되지 않는 명료한 기준이 있었으면 한다고 문 총장은 거듭 말했다. 결국 사회 구성원 스스로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우회적인 비판인 셈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서울중앙지검의 각종 수사 결과 구속됐던 김 전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조모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등을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 결정했다. “사정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이례적인 석방 결정”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일 “요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작심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총장은 이날 “(검찰은) 광의의 사법기관으로서 법률적인 논쟁을 하는 것은 있어야 하고 법률적인 이의제기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공권력의 강력한 행사인 인신구속은 그 기준이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법원과 검찰 가운데 한쪽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데 법조계는 공감한다. 검찰이 법원의 발부 기준을 문제 삼듯 경찰은 검찰의 청구기준이 객관화돼야 한다고 지적하곤 한다. 해묵은 문제에 대해 제도개선이 본격 논의될 때라는 의견도 있다. 김 대법원장은 “영장항고제와 더불어 보석조건부 영장제도 등이 한꺼번에 논의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