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강력 반대… 진통 끝에 자정 넘어 예산안 겨우 처리

입력 2017-12-05 18:59 수정 2017-12-06 01:00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5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합에 따른 예산안 처리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재석의원 17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5명 기권 3명

428조 8626억원 규모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

한때 30분 동안 정회
밤 11시부터 반대토론


국회가 6일 새벽 본회의에서 막판 진통 끝에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은 재석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15명, 기권 3명으로 의결됐다. 예산부수법안인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됐다.

내년도 예산안 전체 규모는 428조8626억원(총지출 기준)이다. 정부가 제출한 429조원에서 약 1374억원이 감액됐다. 올해 예산 400조5000억원보다 7.1% 증가한 규모다.

자유한국당은 5일 밤 늦게 속개된 예산안 처리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표결을 막지는 못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밤 11시부터 반대토론에 나서면서 본회의는 차수를 변경해 6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늦었지만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돼 다행”이라면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5일 밤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있던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나타나 의장석을 둘러싸고 정회를 요구했다.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의사 진행을 강행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게 바로 독재” “야당 없는 게 국회냐”며 더욱 소리를 높였다. 결국 정 의장은 한때 정회를 선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선거구제 뒷거래를 통한 야합에 의한 예산안 처리에 강력 반대한다”며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매수했고, 국민의당은 선거구제를 구걸했다”고 비판했다. 전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만나 “예산안이 타결되면 선거구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자”고 합의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예산안 표결 때는 ‘밀실 야합 예산’이라고 적힌 피켓까지 들었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전날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잠정 합의한 내용들이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공무원 증원은 정부안과 한국당의 중간선인 9475명 증원으로 정리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도 정부안(2조9707억원)이 유지됐다. 다만 2019년 이후에는 내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고 간접지원 방식을 늘려가는 방안을 부대의견에 포함시켰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과표 기준을 일부 조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정부안이 유지됐다.

관심을 모았던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는 정부안보다 300억원가량이 감액된 4630억원으로 편성됐다. 국정원의 비공식 예산(다른 부처의 특수활동비 등)에서 380억원가량이 추가로 감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전체 예산은 1조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에도 본회의가 열렸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의원총회 참석을 이유로 불참했다. 정 의장은 “참석한 의원들과 (예산안을) 처리할 수도 있지만 (야당과) 함께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 원내대표단의 협의 결과”라며 개의 직후 정회를 선포했다.

여야 예결위 간사도 오전에 소소위를 열어 쟁점을 최종 조율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던 혁신 읍·면·동 사업 예산 205억원은 결국 전액 삭감됐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사업 예산도 정부안(50억원)보다 20억원가량 삭감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여야의 예산안 잠정 합의 직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수고했다. 잘 된 것 같다”며 “끝까지 잘 마무리해 달라”고 격려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김판 신재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