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손잡으려던 살레 피살… 더 꼬인 예멘 내전

입력 2017-12-06 05:05
예멘의 시아파 이슬람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4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 집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후티는 이날 살레 전 대통령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부터 유지돼온 후티와 살레의 동맹은 살레가 최근 후티의 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손을 내밀면서 깨졌다. AP뉴시스
살레 前 대통령. AP뉴시스
이란 지원받는 후티 반군
잠시 협력했던 살레 살해
후티 반군 장악력 더 커져


3년 넘게 내전 중인 예멘은 축출당한 독재자이자 최근까지도 세력 확장을 꾀한 알리 압둘라 살레(사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내전의 핵심 인물이 사라진 만큼 예멘이 안정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반군세력 확장, 주변국 개입 등으로 더 혼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예멘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후티는 4일(현지시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알마시라흐 TV를 통해 살레 전 대통령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이 예멘 정부 소식통에게 입수했다는 동영상에는 무장한 남성들이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살레로 보이는 인물의 시신을 옮기는 모습이 담겼다.

반군 후티와 동맹을 유지하며 정권 탈환을 노렸던 살레는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측에 대화를 제안한 지 이틀 만에 피살됐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는 시아파 이란이 후티를 지원하며 역내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비난해 왔다. 후티의 살레 사살은 배신에 대한 응징인 셈이다. 알마시라흐는 살레 사망 사실을 전하며 그를 ‘반역 지도자’라고 비난했다.

살레는 군인이던 1978년 북예멘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에 올랐고 90년 남예멘을 흡수 통일하며 초대 대통령에 올랐다. 그는 34년 만인 2012년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시민혁명에 떠밀려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지만 2년 뒤 과거의 적이었던 후티와 손잡고 예멘을 내전으로 몰아넣는다. 후티와 살레의 어색하고 불안한 동맹은 비교적 오래 지속됐지만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대로 끝이 났다.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 방문연구원 애덤 배런은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앞으로 (살레의) 조직이 근본적으로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후티를 북부 예멘의 핵심 권력으로 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는 살레 사살 발표 다음날인 5일 광장에서 기념행사를 여는 등 내부 단결을 강화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대학 스털링 젠슨 부교수는 USA투데이에 “살레가 피살되지 않고 후티와 거리두기를 계속했다면 사우디 연합군에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복잡한 내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디언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살레가 없는 예멘은 다른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