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으로 완성 안 됐고
美, 묵인할 이유가 없어
용인하면 北 입지만 강화”
北을 인도·파키스탄처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
대응 방법 찾자는 의견도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중국 관영매체 등에서 흘러나온 ‘북핵 용인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해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 핵 기술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고,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전략적 이유가 없으며, 용인하는 순간 북한의 입지만 강화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북한은 2016년 1월 첫 수소폭탄 실험(4차 핵실험) 성공을 발표한 이후 “미국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조선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북한과 공존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리라는 것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의미한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을 주장한 뒤 러시아 하원의원 대표단에게 “미국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 지도부가 북한의 핵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이런 흐름 속에서 나왔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5일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국제사회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북한 주장은 우리가 핵을 갖고 있는 걸 시비하지 말라는 뜻이지,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NPT 체제에선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5개국만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는 북한의 핵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천 전 수석은 “결국 북한은 ‘대화를 하더라도 핵은 내놓지 않겠다’는 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협상 얘기만 꺼내면 무슨 협상인지는 듣지도 않고 흥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화성 15형을 발사했지만 대기권 재진입이나 탄착점 유도체계 등 아직 기술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핵능력 고도화를 100% 달성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북한은 수소탄을 탄도미사일에 실어 미 전역으로 날려 보낼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고, 군사 전문가들 역시 북한이 향후 1∼3년 내 핵무기를 완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핵 기술을 완성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핵을 가졌지만 결국엔 포기했다”며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포기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아공은 1980년대 말 핵무기 6기를 완성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이를 모두 폐기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북한이 핵보유국에 점차 다가가고 있는 게 객관적인 사실이더라도 국제사회가 인정하면 그 다음부터는 지위가 격상된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핵을 용인할지 여부는 무엇보다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직결돼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은 NPT 가입국 전체가 아니라 미국이 용인한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핵을 묵인한다는 건 제재를 해제한다는 뜻인데, 미국이 북한에 그렇게 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향후 전략에 대한 입장 정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강조한 뒤 대화 공세를 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북핵 용인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해법”… 전문가들 지적
입력 2017-12-06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