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을 놀아도 한국경제는 끄떡없었다. 10월 경상수지는 57억155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사상 최장기 연휴로 해외여행이 늘어 서비스수지에서 역대 최대 적자를 봤지만 줄어든 영업일수에도 수출입 증가세는 유지됐다. 여행수지 적자 원인 중 하나인 중국인 관광객이 복귀할 조짐도 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도 3개월 만에 유입세로 돌아섰다. 실적 호조에 따른 원화 강세까지 더해져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3872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한국경제의 굳건한 회복세를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5일 집계한 10월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상품 수출입과 서비스 및 금융에서 발생한 소득을 모두 합쳐 계산한 경상수지는 57억155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9월(122억8750만 달러)과 비교하면 흑자폭이 절반 이상 줄었지만 최장 흑자 기록(68개월 연속)을 이어갔다. 장기간 추석연휴로 해외여행객이 늘어 여행수지는 16억7000만 달러 적자였다. 여기에다 예년보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해 서비스수지는 35억3000만 달러 적자였다.
하지만 세부 지표는 긍정적이다. 영업일수가 5일 가까이 줄었음에도 상품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444억3000만 달러, 358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글로벌 교역 회복과 반도체 시장 호조, 국제유가 상승 때문이다.
서비스수지는 나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34만5000명으로 9월보다 8.5% 증가했다. 지난달 한·중 ‘사드 갈등’ 완화 효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 입국이 일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수지 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가 지난 8∼9월 감소했다가 10월 증가세로 돌아선 점도 ‘장밋빛 기류’에 힘을 보탠다. 10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액은 21억3000만 달러, 채권 투자액은 14억1000만 달러 순유입됐다. 북한 리스크가 소강상태를 보인 데다 3분기 국내 기업 실적이 좋아 ‘바이 코리아’를 불러왔다.
일부에서 ‘반도체 빼면 볼 거 없다’는 냉소론을 제기하지만 지표 자체가 좋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한은 관계자는 “역대로 한국경제 호황기를 봐도 조선·자동차·반도체 등 몇몇 주력 업종이 이끌어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반도체 편중을 해소할 방안을 고민해야지 경제심리 자체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서비스 적자 역대 최대인데… 한국경제 회복세 굳건
입력 2017-12-05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