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 위협하는 북핵 용인론, 어림없는 소리다

입력 2017-12-05 17:40 수정 2017-12-07 15:38
북한이 화성 15형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장 완성을 선언한 뒤 미국과 중국 일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용인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으니 차라리 이를 인정한 뒤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7월 ‘한반도 8월 위기설’이 고조됐을 때 미국 일부 학자 사이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다시 제기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북핵은 이제 현실이라고 말하며 동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어림없는 소리다. 북핵 용인론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한반도 안보지형을 바꾸려는 북한의 의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북한은 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폐기 대신 비확산 및 추가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한 체제 인정 및 김정은 정권의 안위 보장을 뛰어넘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붕괴를 노리는 것이다. 여기에 집권 초기 북핵 해법 방향을 모색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를 놓고 중국과의 전략적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더해지면서 북핵 용인론은 한때 그럴 듯하게 포장됐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략이 분명해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초 한·중·일 정상을 잇달아 만나 북핵을 폐기한다는 원칙에 확고하게 합의하면서 북핵 용인론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북한이 기술적으로 ‘핵 완성’에 도달하지 못한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북핵 용인론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 요청에 반발하는 중국의 일부 학자가 제기하는 희망사항에 불과하게 됐다.

지금 단계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뿐이다. 북한이 더 이상 도발에 나서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의 일치된 힘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제재 효과를 높이려면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은 상식이다.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 이상 중국에 끌려가지 말고 우리의 안보상황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전쟁 없이 풀겠다고 공언했던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마저 최근 “북핵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중국에 경고했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시도는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암 덩어리를 키우고 결국은 중국의 이익을 위협하게 될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북핵문제에 더욱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과 줄다리기를 하는 미국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는 식의 어정쩡한 모습으로는 결코 중국을 설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