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방안전본부의 119인명구조견 ‘천둥’이는 2015년 5월 18일 오전 2시 기장군 아홉산에서 일행과 등산 중 홀로 조난당한 박모(49·여)씨를 구조했다. 당시 박씨는 저혈당증과 저체온증 등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으나 천둥이의 활약으로 생명을 건졌다.
2011년부터 인명구조견으로 활약한 천둥(골든리트리버·9살)이는 6년간 180여 차례 출동해 박씨 등 12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이제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은 나이여서 더 이상 출동이 힘들어졌고 이에 따라 5일 명예로운 은퇴를 하게 됐다.
은퇴식은 윤순종 부산소방안전본부장 등 동료 대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천둥이의 재난 현장 활약상을 소개하는 동영상 상영, 천둥이의 제2의 삶을 응원하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종이비행기는 크고 작은 재난 현장을 함께 누빈 특수구조단 대원들이 직접 만들었다. 한국애견협회는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천둥이를 위해 평생 무료사료 증정권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은퇴식에 이어 후임인 ‘영웅’(저먼셰퍼트·3살)이와의 임무교대식도 진행됐다. 임무교대식에서 영웅이를 양성한 훈련교관과 담당 핸들러(조련사)가 영웅이에게 인명구조견의 명패인 구조견 조끼를 입혀주었다. 영웅이는 천둥이의 은퇴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산악수색, 야간수색, 종합전술, 팀훈련 등을 소화했다.
천둥이는 은퇴 후 중앙119구조본부(대구 달성군 소재)의 현광섭 인명구조견 교관에게 분양돼 반려견으로 제2의 생을 살아가게 된다. 현 교관은 천둥이의 후임인 영웅이를 인명구조견으로 양성한 주인공이다.
천둥이와 6년 동안 구조활동을 함께 한 파트너 서태호 핸들러는 “119인명구조견으로 절제된 식단과 고된 훈련을 견뎌오며 험한 구조 현장을 누벼온 천둥이를 옆에서 바라보며 많이 안쓰럽고 대견했다. 이제는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가고 싶은 곳에 마음껏 다니며 사랑받는 삶을 살기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12명 살린 ‘천둥’ 반려견으로 새 삶… 환갑 넘긴 부산 119인명구조견, 명퇴하고 후임 ‘영웅’에 바통
입력 2017-12-05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