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정치탐구] 민주 “줄 서시오” vs 한국 “누구 없소?”… 지방선거 ‘후보 양극화’
입력 2017-12-06 05:05 수정 2017-12-06 17:34
민주당, 지원 폭주에 ‘비명’
대통령·당 지지율 고공행진 덕
경선통과가 곧 당선… 과열 조짐
중량급 거론되는 서울이 격전지
한국·국민·바른당, 사람 없어 ‘울상’
당 내분에 지지율 낮아 영입도 난망
한국당, 민주당 공세로부터 PK수성
국민의당은 호남 지키는 게 목표
내년 지방선거(6월 13일)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각각 70%와 50%를 넘나드는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고공행진 속에 ‘경선 통과=당선’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선 전쟁’ 조짐까지 보인다. 반면 낮은 지지율과 당 내홍으로 고전 중인 야권은 지방선거 판세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몸풀기에 들어갔다. 일부 지역에선 마땅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적극적인 외부 수혈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경쟁이 조기 점화된 곳은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장 선거다. 민주당에서는 현역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통령 후보 지지도는 바닥을 기었지만 서울시장 지지도는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했고, 사석에서도 “국회의원보다는 서울시장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다”며 도전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중에선 박영선(4선) 민병두(3선) 전현희(재선) 의원이 레이스에 돌입했다. 또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주자인 우상호(3선) 이인영(3선) 의원도 최종 결심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는 선을 긋고 있지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시장 차출설’도 끊이지 않는다.
야권의 최대 관심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다. 안 대표 본인도 지난 4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당에서 (결정)하면 무엇이든 한다”고 말한 상황이라 인재 영입 실패 시 본인이 ‘선수’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보수 야당에서는 아직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후보가 없다. 지방선거를 견인해야 하는 서울시장 후보의 무게감 탓에 일단 여론을 저울질해본 뒤 출마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에서는 홍정욱 전 의원과 김병준 전 부총리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홍 전 의원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김 전 부총리는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등을 거쳤지만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보수야당 쪽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서울이 지역구인 나경원·김성태·김용태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 역시 ‘빅 매치’ 지역이다. 여권의 경기지사 경선에는 전해철(재선)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전 의원은 노무현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으로 이호철 전 민정수석, 양정철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함께 ‘문재인의 3철’로 불리는 핵심 친문(친문재인) 인사다. 이 시장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해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전 의원과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한국당 후보로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거론된다. 바른정당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된다. 인천에서는 한국당 유정복 인천시장이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친문 핵심인 박남춘 의원과 인천시 대변인 출신 윤관석 의원이 준비 중이다. 국민의당에서는 문병호 전 의원이 몸을 풀고 있다.
PK(부산·경남) 지역에서도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당시 부산에서 5명의 현역 의원을 배출하며 ‘야도(野都) 탈환’ 교두보를 확보했다. 아직까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은둔생활’을 해 왔던 이호철 전 수석, 김영춘 해수부 장관의 출마설도 끊이지 않는다. 이 전 수석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5일 “이 전 수석 입장과 무관하게 부산에서는 지지자 모임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당도 부산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고, 안대희 전 대법관과 박민식·이종혁 전 의원, 장제원 의원의 친형인 장제국 동서대 총장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보수통합 일환으로 부산 3선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이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남지사 선거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리턴매치’가 될 전망이다. 제34대 지사였던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대선 출마를 이유로 중도사퇴하면서 2012년 보궐선거로 지사직을 이어받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지난 대선에 출마하며 경남도청을 떠났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재선) 의원과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초선) 의원이 유력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김 의원이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경남지사 출마를 권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의 의중이 박 시장의 경남지사 출마에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시장은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 친문 의원은 “경남지사 후보로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면 김 의원이 나서야 할 수도 있다”며 “다만 그 경우엔 ‘차출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에서는 박완수(초선) 윤한홍(초선) 윤영석(재선) 의원 등 경남 지역구 의원들이 거론된다. 박 의원은 창원시장 출신이고, 윤한홍 의원은 경남 행정부지사를 역임했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5선 이주영 의원의 막판 합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남 지방선거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재대결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 후보는 넘치는 반면 국민의당에는 이렇다 할 후보군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광주 지역구 의석 전체(8석)를 내준 민주당은 낙승을 기대하는 눈치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용섭 전 의원과 국회의원 시절부터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강기정 전 의원, 신(新)친문 인사인 양향자 최고위원 등이 광주 전역을 훑고 있고, 윤장현 광주시장도 경선에 참여할 예정이다. 국민의당에서는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 3선의 장병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전남지사 후보에는 이개호(재선) 민주당 의원과 노관규 전 순천시장,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와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하마평에 오른다.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에는 송하진 현 지사와 김춘진 전 의원이 거론되며,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K(대구·경북)’는 오랫동안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분류됐지만 여당은 지난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교두보 확보에 나선다. 구(舊) 야권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지역구 의원에 당선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홍의락(재선) 의원 등이 ‘보수 아성’을 뚫을 창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김 장관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추미애 대표가 ‘적진’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당내 의견도 있다. 한국당은 권영진 현 시장과 이재만 최고위원, 곽대훈 의원 등을 내세워 수성에 나설 태세다. 다만 김 장관이 출마할 경우 ‘체급’을 맞추기 위한 주호영(4선) 의원의 차출설도 나온다. 경북지사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한국당 후보만 풍년을 이루고 있다. 전·현직 국회 정보위원장인 3선의 이철우·강석호 의원과 김광림 정책위의장, 박명재(재선)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글=최승욱 이종선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