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 심사의 첨예한 쟁점이었던 세법개정안 수정안에 대한 여야의 협상은 여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최종 타결됐다. 법인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신설 구간을 ‘3000억원 초과’로 정부안보다 1000억원 올리기로 한 것이다. 대신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3% 포인트 인상과 고소득자 소득세를 2% 포인트 인상하기로 한 ‘핀셋증세’ 골자는 지켰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4일 발표한 예산안 합의문에서 3000억원 초과 법인세 과표구간을 신설하고, 해당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당초 2000억원 초과 과표구간을 신설하려던 정부안에서 1000억원이 상향된 것으로 여당이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셈이다.
최고세율 과표구간이 상향되면서 적용 대상 법인 수는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신고를 기준으로 최고세율 구간에 해당하는 기업의 수를 77개로 추산하고 있다. 당초 정부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적용 대상 기업이 129개였던 데서 52개가 줄었다. 이 52개 기업은 과표구간 2000억원 초과∼3000억원에 포함되는 기업으로 당장 3% 포인트 법인세 인상 부담은 덜게 됐다.
적용 대상 기업 수가 줄면서 세수효과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는 여야 합의안에 따라 법인세가 약 2조3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정부안 발표 때 내놨던 세수효과 2조6000억원에서 3000억원 감소하는 데 그친다.
세수효과 감소폭이 제한적인 이유는 ‘삼성전자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거둔 영업이익은 30조원에 달한다. 순이익은 약 22조원이다. 재계순위 2위인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 약 5조원의 6배에 달한다. 1위 기업과 나머지 대기업의 차이가 현격해 2000억원 초과∼3000억원 과표구간에 속한 52개 대기업을 증세 대상에서 제외해도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던 셈이다. 실제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5000억원 초과로 높여도 적용대상 기업 수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지만 세수효과는 2조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영업이익 상위 10위 대기업 안에 반도체와 화학업체가 다소 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반도체·화학업종 호황기에 힘입어 정부의 예상보다 세수가 더 걷힐 가능성도 있다. 여당이 양보한 최고세율 과표구간 상향에 따른 세수 감소효과가 그만큼 상쇄될 수 있다는 의미다.
법인세에서 ‘찔끔’ 양보한 정부·여당은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안은 정부 원안 그대로 지켜냈다. 여야는 소득세 과표구간 3억원 초과∼5억원 구간과 5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을 각각 40%, 42%로 인상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고소득자 증세안을 1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지만 막판 정부안에 합의했다.
정부의 소득세 증세안이 원안 그대로 합의되면서 정부는 1조782억원의 세수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억원 초과∼5억원 적용대상자는 5만1000명, 5억원 초과 구간 적용 대상자는 4만2000명으로 총 9만3000명이 기존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법인세 과표 3000억 초과로 상향… 대상 기업 52개 줄어
입력 2017-12-04 21:59 수정 2017-12-04 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