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텔스 24대 출격 까닭은… 전쟁 초기 ‘제공권 장악’ 훈련

입력 2017-12-05 05:01
미 공군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 2대가 한·미 공중 연합훈련 ‘비질런트 에이스’가 시작된 4일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가 광주의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서 이륙하고 있다(아래 사진). 공군 제공, AP뉴시스

F-22, 오산에서 뜰 경우
평양까지 10여분 안에 도달
F-35B는 일본서 출격 참가
F-35A, 합동직격탄 등 위력

北 핵·미사일 시설 초토화
지하벙커 정밀타격 등 연습


한·미 공군의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에 투입된 미군 스텔스 전투기는 북한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의 전략자산이다. 스텔스 전투기는 한반도 전쟁 발발 초기 북한의 레이더망을 피해 제공권을 장악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방공망이 취약한 북한군을 상대로 스텔스 전투기를 대거 투입해 개전 초기 단기간에 주도권을 쥐는 실전 같은 훈련인 셈이다.

이번 훈련 역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된다. 미 공군의 첨단 스텔스 전투기 3종 세트인 F-22 ‘랩터’ 6대와 F-35B 12대, F-35A 6대가 투입됐다. F-22는 미 알래스카 엘멘도프 리처드슨 공군기지에서, F-35A와 F-35B는 각각 미 유타주 힐 공군기지와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서 한반도에 전개됐다.

특히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꼽히는 F-22는 북한의 가장 큰 위협이다. F-22의 최고속력은 마하 2.5(음속의 2.5배)다.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서 뜨면 평양까지 10여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 12대는 한국 상공에 전개됐다 착륙하지 않고 기지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훈련에 참가한다. F-35B는 해상 침투를 하는 북한의 특수부대를 차단하는 훈련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F-35A는 최고 속도 마하 1.8로 정밀 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 등의 탑재가 가능하다. 미 공군 전투기가 우리 공군 전투기를 적군으로 가정해 싸우는 훈련도 예정돼 있다.

이번 훈련은 전시를 가정해 조종사가 하루에 3∼4차례 전투기를 몰고 공중전에 투입되는 고강도 훈련이다. 군 관계자는 4일 “1개 대대급 스텔스 전투기와 함께하는 훈련은 처음”이라며 “공군 조종사들이 스텔스 전투기의 이동 방식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향후 한·미 연합 작전을 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항공기들은 제공권 장악 후 북한의 주요 시설을 초토화시키는 훈련에 들어간다. 미 공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와 F-15, F-16 전투기가 북한군 수뇌부가 있는 지하벙커와 영변 핵시설,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이 진행된다. 또 북한이 수도권 포격을 위해 만든 휴전선 인근의 장사정포 기지 등 핵심 표적 700여곳을 빠른 시간 내 제압하는 게 목표다. 표적 700여곳은 훈련 과정에서 계속 업데이트되며 타깃의 우선순위 또한 변경된다. 지상군 간 접전이 벌어지는 지역에 항공전력을 지원하는 훈련도 진행된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미 공군의 일부 전략자산이 대북 강경 대응 차원에서 한반도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주한 미 7공군사령부는 “이번 훈련은 규모 면에서 이전 훈련과 비슷한 수준이고, 새로운 점은 F-22 등 5세대 항공기들이 참가한 것”이라며 “어떤 도발이나 사건에 대한 대응이 아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실행이 임박했다는 등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