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엉킨 줄… 바닥 스티커 붙여 해결했죠

입력 2017-12-04 21:55
서울 강남대로 바닥에 광역버스 줄서기 유도선인 ‘꺾임선’이 표시돼 있다. 오른쪽 사진은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승하차 유도 디자인이다. 서울시 제공

서울 강남대로에 위치한 광역버스 정류장은 출·퇴근시간만 되면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버스를 타려는 탑승객들의 줄이 뒤엉켜 도보를 걷는 시민들과 부딪히기 일쑤고 줄이 너무 길어 어느 노선 버스 탑승을 위한 줄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바닥에 줄 서기 유도선인 ‘꺾임선’ 스티커를 부착했다. 단순히 줄을 서는 방향을 화살표로 안내했을 뿐인데 보도를 지나는 사람들과 뒤엉키지 않았다. 바닥에는 노선 번호가 함께 표시돼 줄 맨 앞으로 가지 않아도 시민들이 질서 있게 줄을 설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이처럼 우리 생활 속 다양한 문제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디자인 거버넌스’ 결과물을 5일 발표한다고 4일 밝혔다. 올해 선정된 사업은 쾌적한 공중화장실 만들기, 광역버스 정류장, 유기동물 발생 방지, 영유아 동반 외출,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승하차 유도 등을 위한 5개 디자인 사업이다.

공중화장실 더러운 칸을 들어갔다가 당황했던 한 시민은 ‘위생상태 알려주기’ 서비스를 제안했다. 문을 열고 변기를 직접 보지 않아도 더러운 칸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2일부터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 화장실에 시범 운영되고 있다. 표시를 옆으로 밀어 ‘청소해주세요’ 안내 메시지가 보이도록 하면 다음 이용자도 불쾌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고 화장실 청소·관리자들도 청소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닦은 뒤 무심코 바닥에 물기를 털지 않도록 ‘세면대에 물기 털기’ 안내 스티커를 부착했다. ‘3초 동안 물 내리기’ 스티커는 용변을 본 뒤 충분히 물을 내려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일 시범 부착돼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스티커 부착만으로도 위생상태가 개선돼 이용하는 시민 뿐 아니라 청소하는 분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디자인거버넌스 사업에는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승하차 유도 디자인도 포함됐다. 어린이 통학버스 전용 정류장을 별도 표시해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아이들 뿐 아니라 주변 다른 차량 운전자들도 주의할 수 있도록 돕는다. 5일 열리는 ‘디자인 톡톡쇼’에서는 디자인 과정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시민들이 직접 들려주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모인 시민 제안을 바탕으로 이달 중 선정해 내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