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타결] 이번에도… 국민의당 존재감 과시

입력 2017-12-04 19:27
여당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굵직한 협상마다 국민의당의 협조를 받아야만 했다. 지난 7월 첫 추가경정예산안과 첫 대법원장 인준(9월)도 국민의당의 협조·동의 없이는 처리할 수 없었고, 첫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도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정국 초기에는 국민의당 구애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지난 8월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정치 전면에 재등장하면서 사실상 국민의당의 협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안 대표는 취임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점점 높여갔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추경안 처리나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때와 달리 이번 예산안 협상에서는 야권 분리대응 협상전략보다는 ‘문재인정부 첫 예산’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여론전에 더 치중했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될수록 121석 여당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3당 간 간사 협의가 시작되고, ‘2+2+2 협상’(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협상)에서도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자 결국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9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호남선 KTX 무안공항 경유 추진 합의를 공동 발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의원들 간 SNS 메신저(바이버)에서 ‘예산안 협상 국면에서 원내대표의 부적절한 처신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최근 당 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국민의당을 의식한 ‘호남지역 예산’ 확보 노력 의사를 거듭 밝혔다. 협상 막바지인 4일 오전엔 우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한 호텔에서 단독 조찬회담을 하며 협상안을 조율하는 등 공을 들였다.

국민의당도 민주당 한국당 등 거대 양당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민의당은 공무원 증원 규모를 놓고 여당과 한국당이 각각 1만500명 안과 7000명 안을 놓고 줄다리기할 때 9000명이라는 중재안을 내놓았고, 결국 여야 합의안도 국민의당의 중재안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최승욱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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