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수 자녀 ‘논문 끼워넣기’ 10건… 한명도 저자 자격 못갖춰

입력 2017-12-04 19:24

연구 착상부터 실질적 기여 등
4가지 조건 충족해야 이름올려
느슨한 기준 적용해도 안 맞아


국내 여러 학술지와 대학, 정부기관에서는 논문 저자의 자격에 대한 엄격한 지침을 마련해놓고 있다. 의학·과학 분야 학술 단체에서는 ‘단순 데이터나 아이디어 제공자는 논문 공저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구윤리 관련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제의학학술지편집자위원회(ICMJE) 규정에 따르면 논문의 주·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려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연구의 착상이나 계획 단계, 또는 자료의 수집·분석·해석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사람, 논문의 초안을 작성하고 학문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수정하는 데 참여한 사람, 논문의 최종본을 직접 승인한 사람, 연구 내용의 정확성 또는 진실성과 관련한 문제 제기에 대해 적절한 검증을 제공함으로써 연구의 모든 측면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조건이다. ICMJE는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저자로 기재해선 안 되고, 논문 마지막에 쓰는 ‘감사의 글(acknowledgement)’에서 이름을 언급하는 데 그쳐야 한다고 규정했다.

저자 표기가 연구의 공로와 책임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만큼 기여도에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인재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은 “저자에 대해서는 ICMJE 규정이 가장 체계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도 2014년 ‘이공계 연구윤리 및 출판윤리 매뉴얼’에 논문 저자의 기준을 명시했다. ‘연구 개념을 설정·설계 하거나 이해한 후, 데이터의 생성과 분석 및 해석에 관여하거나 논문 초안의 작성에 관여하고, 반드시 투고 전에 최종본을 읽고 논문 투고를 승인한 자’로 규정했다. 단순히 측정만 해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 실험실이나 기기 또는 연구비만 제공한 사람, 단순히 아이디어만 제공한 사람은 저자가 될 수 없다.

국민일보가 취재한 10건의 사례 중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는 없었다. 자녀 10명 모두 규정이나 지침을 적용할 경우 자격 미달인 셈이다. 특히 연세대 A교수 사례처럼 딸이 기초적인 실험만 진행한 경우는 저자로 인정하기 어렵다. 가장 적극적으로 반박한 서울대 D교수의 경우 아들이 제1저자로 실린 논문에 대해 아들이 초안은 작성했지만 리비전(Revision·수정)할 때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ICMJE 규정에 따르면 제1저자는 물론 공저자의 자격도 없다.

이 사무총장은 “개별 사안을 모두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고등학생들이 저자 조건을 모두 충족했으리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글=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