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지원 구상이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SK는 사회적기업 성장을 위한 국내 첫 민간 펀드를 만들고 투자자로도 나섰다.
SK그룹은 4일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첫 사모펀드 ‘사회적기업 전문사모 투자신탁 1호’가 SK행복나눔재단과 KEB하나은행 참여로 우선 결성됐다고 밝혔다. 이날 결성된 민간 펀드엔 SK행복나눔재단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40억원과 10억원을 먼저 투자했다. 국내외 금융사를 대상으로 추가 투자를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말까지 펀드 규모를 13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펀드 운용은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인 IBK투자증권이 맡는다.
이번 사회적기업 전용 사모펀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와 다른 자본시장을 국내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SK그룹은 설명했다. 기존 사회적기업은 정부 예산이나 기업의 시혜적 지원으로 자금을 조달해 중장기 성장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투자하는 쪽에서도 사회적기업을 평가할 기준과 재무정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새로 결성된 펀드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후보군의 재무 성과와 사회적가치를 측정해 투자 대상을 최종 결정한다. SK그룹이 유의미한 사회적가치를 생산한 사회적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사회성과인센티브를 측정 시스템으로 활용한다. 펀드 계약 기간 동안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사회적가치, 재무적 성장 정도, 투자 수익률 등 종합적인 투자 정보도 공개해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수감 중이던 2014년 10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구상을 담은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라는 저서를 내는 등 사회적기업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정관에 ‘사회적가치 창출’이라는 경영 목표를 반영하고, 사회적기업 설립 지원 및 사회적기업가 경영대학원(MBA) 과정도 개설했다.
이번 펀드도 사회적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자본시장 조성이 필요하다는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그는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7 사회적기업 국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사회적가치를 보고 자본을 투자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더 많은 사회적가치 생산과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회적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항수 SK그룹 홍보팀장은 “이번에 조성한 펀드가 사회적기업을 위한 자본시장 형성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최태원식 사회적 기업 지원, 외연이 커진다
입력 2017-12-04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