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공약 ‘재정 분권’ 조율 난항

입력 2017-12-05 05:05

정부, 내년 2월 발표 앞두고
국세 60%·지방세 40%란
비율 조정 큰 방향 잡았지만
세부 항목선 셈법 복잡해져

지방교부세율 상향하자는
정치권 요구까지 뒤엉켜
고향세 도입 여부도 큰 변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중앙·지방정부 ‘재정 분권’이 밑그림 그리기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한다는 방향은 결정했지만, 복잡한 셈법 때문에 세부 내용 조율이 쉽지 않다. 여기에다 지방에 교부하는 세금 비율을 조정하는 정치권 요구까지 얽혀들었다. 납세자가 세금 일부를 고향에 기부할 수 있게 하는 ‘고향세’ 도입도 변수로 떠올랐다.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구상 자체가 헝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2월 재정 분권 방안을 발표한다.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함께 세입구조 자체를 조정하는 식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총 조세수입의 76%를 차지하는 국세 비중을 60% 정도로 낮추고, 24%에 불과한 지방세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삼았다.

큰 목표는 세웠지만 세부 조율은 꼬이고 있다. 일부 세금 항목을 국세에서 지방세로 바꾸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셈법이 복잡하다. 이미 국세로 걷은 세금의 상당 부분은 지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국세로 걷은 242조3000억원 가운데 134조원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전됐다. 지방교부금(40조7000억원)·교육교부금(46조9000억원)과 국고보조금 46조4000원을 보냈다. 이를 감안하면 중앙정부에서 사용하는 세금 비율(34%)과 지방정부에서 사용하는 세금 비율(66%)이 역전된다. 이미 나라 곳간에서 나오는 돈의 대부분을 지방정부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제기한 법안도 걸림돌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건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중 4건은 2006년에 결정한 지방교부세율(19.24%)의 상향 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적게는 21.00%에서 많게는 23.00%까지 지방교부세율을 상향조정하자는 내용이다. 내년 2월 이전에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의 재정 분권 방안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고향세는 논의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납세자가 수도권을 제외한 자신의 고향에 기부금 또는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해 지방 재정을 키우자는 게 고향세의 기본 뼈대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수도권 거주자가 납부액의 10% 정도를 고향 지역 세입으로 이전해 줄 것을 국세청에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 주도로 국세·지방세 비율을 조정해도 고향세를 납부하겠다는 이가 늘어나면 계획이 엉클어지는 구조다.

지방으로 이전된 세금이 올바로 쓰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 역시 난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전 재원 비중 조절에다 지방으로 이전한 재원이 잘 쓰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문제까지 무척 복잡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