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입소문 불티… 올 베스트셀러는 ‘역주행’

입력 2017-12-05 05:01

교보문고 도서판매 동향 분석

이기주 작가 ‘언어의 온도’ 1위
1∼3위 책 모두 지난해 출간
위로·격려 전하는 책 각광

대선 영향 정치·사회분야도 관심
페미니즘 도서 봇물·문학 약진


2017년 독서시장에서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책들이 인기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간된 책이지만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알려져 판매량이 치솟는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많았다. 조기 대선의 영향으로 정치·사회 분야 도서의 인기도 상당했다.

교보문고가 4일 내놓은 교보문고 판매 기준 2017년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언어의 온도’ ‘82년생 김지영’ ‘자존감 수업’이 차례로 1∼3위에 랭크됐다. 세 권 모두 지난해 출간된 책이지만 SNS를 통해 독자들 입길에 오르내리면서 뒤늦게 인기를 끈 사례다. 저마다 독특한 화법으로 독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도 이들 베스트셀러의 공통점이다.

특히 ‘언어의 온도’는 교보문고가 지난 6월 발표한 상반기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1위에 오른 책이다. 이 책은 하반기에도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연간 종합 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교보문고는 “이 책의 구매 연령층을 보면 지난해엔 20대, 올해는 30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며 “남성 독자 비중도 지난해 22.8%에서 올해 30%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페미니즘 도서가 봇물을 이룬 것도 올해 독서시장의 특징이었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필두로 여성들의 권익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다룬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여성학 도서는 매년 평균 30종이 출간됐으나 올해는 2배가 넘는 78종이 세상에 나왔다.

문학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시·에세이’ 분야로 분류되는 도서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4.1%나 증가했다. 소설의 판매량도 전년 대비 12.6%나 늘었다. 베스트셀러 순위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소설은 25종이나 됐다. 일본 문학의 인기도 여전했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5년 연속 베스트셀러 순위 10위권에 랭크됐다.

올 상반기는 국정농단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조기 대선이 치러진 시기였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는 독서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정치·사회 분야 도서가 각광을 받은 것이다. 이들 분야의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1.5%나 증가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1∼3월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었다”며 “하지만 조기 대선이 확정되는 등 사회가 안정화되면서 4월부터 독서시장이 살아났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사회 분야 도서가 인기를 끈 것은 대선을 전후해 정치 이슈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사회 분야 도서의 인기는 인터넷서점인 예스24가 이날 내놓은 2017년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스24에서는 이 분야의 도서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1.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3위를 각각 차지한 도서는 ‘언어의 온도’ ‘82년생 김지영’ ‘자존감 수업’으로 교보문고 집계와 동일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