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지역인구정책, 반드시 필요하다

입력 2017-12-04 17:52

지역의 인구변동이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국가 전체적으로도 역사상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적은 신생아가 태어날 전망이니 지역의 출산 관련 사항이 녹록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지역 인구가 심각한 이유는 저출산 현상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지방의 기초단체는 젊은 인구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경험하고 있고, 절대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인구의 크기가 5만명이 채 되지 않는 기초자치단체가 수두룩하다. 서울시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출산율은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낮은데 매년 출산아 수가 줄고 있다. 서울시가 블랙홀처럼 전국의 젊은이를 뽑아다가 결혼도 출산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형상이다.

사정이 이러니 지자체마다 인구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얼마 전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가 저출산 대책을 포함한 지역인구정책을 현실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전담팀을 만들라는 계획을 제안했다. 지금까지 지역의 인구정책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저출산 대응에 초점을 둔 다자녀 출산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이 전부였다. 담당도 여성가족이나 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에 주로 머물렀다. 이제부터는 지자체들이 인구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인구정책을 시행하라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제안이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에만 의존해 오던 데서 벗어나 지방정부가 스스로 자율성을 갖고 인구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갖춘다는 점에서 필자는 행정안전부의 계획을 환영한다. 비록 이 변화가 지방정부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스스로의 인구가 어떻게 바뀌고 있으며 그것이 앞으로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고민할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럼 지방정부,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인구정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저출산 극복을 목표로 해야 할까. 아니면 외국인이라도 유치해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데 힘을 써야 하나.

기초자치단체의 인구정책 목표는 저출산 극복보다는 오늘의 인구변동이 만들어 놓을 10년 뒤 미래의 모습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중앙정부도 지난 10여년간 성공하지 못한 저출산 극복을 예산과 인적 자원이 제한적인 기초자치단체가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대부분 기초자치단체가 오늘날 경험하고 있는 인구 현상이 10년 뒤 사회를 지금과는 구조적으로 아주 다르게 만들어 놓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예를 한 번 들어보자. 경남 진주시는 주민등록 인구로 볼 때 2016년 인구가 약 34만 명이다. 2010년에 약 33만명이었으므로 미약하지만 매년 인구가 늘어 왔다. 신생아 수도 2010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약 2600명 선으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국립대인 경상대를 비롯해 6개 대학이 진주에 있어 20대 초반의 젊은 인구도 적지 않은데, 2010년에 비해 오히려 그 수가 늘어 왔다. 고무적이지 않은가. 이러한 특성으로만 보면 진주시는 인구정책이 필요 없을 듯하다. 과연 그럴까.

특별한 공업단지가 없는 진주시는 대학이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초저출산으로 앞으로 4년 뒤부터 전국의 대학에 입학할 학생들 수가 지금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입학생 수가 급감해 어려움을 겪게 될 대학이 속출할 것인데 지방대학 그것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먼 대학이 그 어려움을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대학이 어려워지면 젊은 인구의 유입이 막히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경제가 침체돼 그나마 있던 젊은 인구마저 진주시를 떠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진주시의 인구정책은 언제 어느 규모로 대학 산업이 축소될 것인지 파악하고 그 파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어떻게 대체 산업을 마련할 것인지 연구하는 것이 돼야 한다.

이처럼 지자체는 광역이건 기초건 자신의 지역 사정에 맞는 인구정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데, 행정안전부가 제안한 인구정책 전담팀 구성이 그 시작이다. 그리고 이를 십분 활용하되 저출산 프레임에만 갇히지 말고 인구를 기반으로 미래를 기획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이다. 만일 내가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이거나 자치단체장이라면 그 어떤 것보다 지역 인구정책에 관심을 집중할 것이다. 지역의 인구가 바로 내 정치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조영태(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