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국제사회의 인내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마라

입력 2017-12-04 17:37
한·미 양국이 4일 230여대의 공군기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공중훈련을 시작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을 발사한 지 닷새 만이다. 8일까지 계속되는 훈련에는 미 공군의 핵심 항공 전력이 총동원됐다. F-22 6대가 한꺼번에 한반도에 전개되기는 처음이다. F-35 등 스텔스 전투기만 24대가 투입된 것 역시 극히 이례적이다.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도 폭격 연습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와 강도 면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방공망이 취약한 북한으로선 초긴장 상황일 게 분명하다.

관심 대목은 훈련 대상과 목적이다.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등 핵·미사일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이 포함됐다. 개전 사흘 안에 핵심 표적 700여개를 일거에 타격하도록 항공기에 각각의 임무를 부여하는 공중임무명령서 계획이 처음 공개된 점도 눈길을 끈다. 연례적 방어 훈련이라면서도 전시 작전 능력 제고를 강조한 부분은 최근 상황과 맞물려 예사롭지 않다. 고강도 군사적 경고 조치로 해석 가능하다. 실제 미국은 해상봉쇄를 넘어 군사 옵션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 의회와 백악관에선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강경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북한의 대량 보복 위험 탓에 아직은 서랍 속에 있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선 실행 여부를 예단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북한의 반응은 예상대로 극렬하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외무성 등이 총동원돼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라며 반드시 대가를 받아내겠다고 위협했다. 이번 훈련을 빌미로 추가 도발에 나설 태세다. 보복 차원에서 남한으로 도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정권 수립 7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특대형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추가 도발로 국제사회의 인내를 또다시 시험하려 든다면 이번엔 곧바로 평양이 응징의 불길에 휩싸일지 모른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줘야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발언은 어리석은 희망사항이다. 핵을 끌어안은 채 자멸의 길을 재촉하는 것과 다름없다.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