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는 ‘소멸’이란 결말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추측이 아니라 통계가 말해주는 현실입니다.”
4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동대로 오륜교회(김은호 목사) 예배당. 한국교회 교회학교의 현실에 대한 박상진 장로회신학대 교수의 거침없는 진단에 이 곳에 모인 1000여명의 시선이 대형 스크린에 쏠렸다. 스크린엔 최근 10년 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최기학 목사) 교단의 교회학교 학생 수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학령인구 감소 추이가 표시됐다. 박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초등학생이 31.3% 감소하는 사이 교회학교 초등부는 41.9%가 줄었다”며 “교회에 다니는 초등생이 10% 포인트 이상 더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등학생도 비슷한 차이를 보였다.
이날 ‘제6회 국민일보와 함께하는 꿈미(꿈이 있는 미래) 교육콘퍼런스’ 발제자로 나선 박 교수는 “과거 통계치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 결과 2021년엔 예장 통합 교단의 교회학생 수가 33만 9000여명까지 줄어든다”며 “이는 1990년대 초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절벽 시대에 탈종교화가 맞물린 환경 탓만 하고 있어선 안된다”며 “부모교육을 중심으로 교회교육이 ‘새판 짜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교회학교, 교사 중심에서 부모, 가정, 교구가 중심이 된 교회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가장 불행한 이중 구조가 담임목사는 성인목회를 담당하고 교회학교 교육은 교육 전도사가 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학교와 가정의 분리, 목회와 교육의 분리를 극복하고 다음세대를 건강하게 양육하려면 담임목사가 부모를 중심으로 한 교회교육을 실천하도록 전면에 나서는 게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새판 짜기’의 핵심은 교구 편성의 변화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 대부분이 지역 중심의 교구편성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자녀의 연령을 기준으로 부모 간 소통의 폭이 넓어지는 특성을 고려해 교구를 재편성하면 교육목회를 위한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청년기, 청년기 이후로 5개 학령을 나눠 아이와 부모발달단계를 기본 축으로 한 교구 재편성을 제안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를 주제로 다음세대 교육목회를 준비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응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유아부터 노년에 이르는 전 세대를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하는 ‘원 포인트 통합교육’의 적용 사례, 3년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는 꿈미 콘텐츠의 활용 전략 등이 4시간여 동안 소개됐다. 특히 참석자 대다수가 교회교육 실무자가 아닌 담임목회자였다는 점에서 다음세대 교육중심의 목회 확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1년 전부터 꿈미 콘텐츠를 목회에 도입했다는 김충만(전주세향교회) 목사는 “가족이 같은 교회에 다녀도 다른 교회를 다니는 듯 했다는 성도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주일예배, 교육부서, 구역예배, 가정예배를 하나의 말씀으로 묶어주자 가정에서 변화가 시작돼 교회 분위기도 새로워졌다”고 말했다.
김은호 목사는 “완전할 순 없지만 한국교회 위기 속 대안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실험과 적용을 끝없이 반복해 온 결과물이 ‘꿈미’였다”며 “한국교회 어떤 목회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그래픽=이영은 기자
“교회교육, 부모 중심으로 새판 짜기 나서야”
입력 2017-12-0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