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최우선 정책은 ‘핵심 이익’이다. 중국은 이것이 조금이라도 침해받는다고 생각하면 매우 민감하고 강하게 대응한다. 경제 보복은 물론 상황에 따라 군사적 대응도 불사한다. 핵심 이익은 공산당 일당 독재 사회주의체제 유지, 주권 보호 및 영토보전, 경제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것이다.
한국 사드 배치 문제에 그토록 강하게 반응하는 것도 핵심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 레이더가 자국 내부를 감시할 수 있고, 지역의 전략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소가 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우리 한국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국가 이익이다. 우리에게는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이뤄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초기에는 사드 배치에 신중했지만 북핵과 미사일 위협 상황이 악화되면서 적극적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핵심 이익이 서로 충돌하면서 한·중 양국 관계는 지난 1년여간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특히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수입 및 단체관광 제한령) 등 경제 보복은 지나칠 정도였다. 최근에야 양국이 사드 갈등을 뒤로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조속히 정상화하기로 합의하면서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판단한 사드 문제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중국 측에선 이후에도 끊임없이 사드 관련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근본적인 핵심 이익 충돌은 북한 리스크다. 중국은 북한을 핵심 이익으로 판단해 사실상 관리·보호하고 있다. 자칫 북한이 흔들리면 동북아 지역 전략 균형이 미국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중국의 사회주의체제가 흔들릴 수 있고, 주변 불안으로 경제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조선을 지원) 전쟁이라며 북한과 혈맹 관계를 유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은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사망 직후 조전(弔電)을 통해 김정은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후계 통치의 조기 안정을 지원하고 원천적인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이런 중국이 최근 북한의 위협이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핵심 이익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북한의 무차별 핵·미사일 위협과 방북한 중국 고위급 특사 홀대 등으로 북·중 관계가 아무리 나빠졌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북한의 최대 우방은 여전히 중국이다. 코트라가 최근 발표한 ‘2016년 북한 대외무역 동향’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무역 중 중국 의존도는 무려 92.5%를 기록했다. 중국은 최대 원유공급처로 북한의 목줄을 잡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핵심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도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전략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김정은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안정까지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북 선제타격 경고 목소리가 커지는 등 한반도 평화는 갈수록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불안정은 한국의 핵심 이익은 물론 중국의 핵심 이익에도 치명적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핵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에 요구하는 조처들은 미국 혹은 다른 누구에게 호의를 베풀어 달라는 게 아니다. 바로 중국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달 중순 중국을 국빈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한다. 양국 정상이 핵심 이익을 상호 이해하고 공유하는 현명한 해법을 찾길 희망한다.
오종석 편집국 부국장 jsoh@kmib.co.kr
[돋을새김-오종석] 중국과 핵심 이익 공유하기
입력 2017-12-04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