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낚싯배 침몰사고… 말뿐인 ‘안전 대한민국’

입력 2017-12-04 17:37
지난 3일 대형 급유선의 충돌로 낚싯배가 침몰하면서 15명의 인명피해를 낸 사고는 취약한 안전의식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오전 6시에 출항한 낚싯배가 불과 9분 만에 어이없는 해상 참사를 당한 것은 안전불감증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안전 최우선주의는 말뿐이었던 것이다.

새벽 바다의 비극은 예견된 사고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원래 정원 5명이었던 작은 어선은 낚시꾼을 많이 태우기 위해 무리하게 개조됐고, 이는 선박의 복원력을 약화시켜 쉽게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어민 소득 증대를 이유로 소형 어선을 낚싯배로 영업허가를 해주면서 당국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경찰이 336t급 급유선 명진 15호 선장과 갑판원 1명을 사법처리키로 한 것은 안전관리 규정이 준수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충돌방지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낚시인구 700만 시대를 맞은 요즘 소형 낚싯배 사고는 갈수록 늘고 있다. 관련 사고는 2013년 77건, 2015년 206건, 2016년 208건에 달했다. 지난해 낚시어선 이용객은 343만명으로 3년 새 두 배 정도 증가했다. 그만큼 사고 우려는 커진 셈이다. 당국은 낚싯배 운항과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낚싯배가 현지 주민들의 주요 생계수단이라고 하더라도 안전을 도외시한 운항까지 관행이라며 봐줘서는 안 된다.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안전에 대한 인식을 확 바꾸는 것이다. 우리 주변은 안전 사각지대투성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곳을 제도와 규정으로 보강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의 안전의식 함양과 철저한 예방만이 대형 사고를 줄이는 것이다. 안전 준수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이번 사고의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