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린 “러 접촉 지시한 배후있다” 폭로 일파만파

입력 2017-12-03 18:49 수정 2017-12-04 09:29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생명이 걸린 ‘러시아 스캔들’이 중대국면을 맞았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된 마이클 플린(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와의 접촉을 지시한 배후가 있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현재 기소된 인사들에 대한 형량 조정을 미끼로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나 주변 인물과의 연결고리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탄핵 여론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2일(현지시간) “플린이 지난해 12월 정권인수위원회 고위 관계자 지시로 러시아 정부와 접촉했다고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그는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플리바기닝’(사법형량조정제도로 유죄 인정 대신 형량을 경감·조정하는 제도) 공판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접촉을 지시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정권 핵심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고문으로 전해졌다.

플린은 트럼프 행정부 초대 NSC 보좌관으로 임명됐으나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당시 주미 러시아대사와 은밀히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백악관은 그간 러시아 스캔들은 플린의 단독 행동일 뿐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플린의 플리바기닝에 이어 후속 증거들도 드러나는 분위기다.

NYT는 플린과 키슬랴크 전 대사의 만남 전후로 인수위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같은 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인수위 핵심인 캐슬린 맥팔랜드 전 NSC 부보좌관은 관계자들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러시아) 제재 발표 후 플린이 러시아대사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실제 플린은 키슬랴크 전 대사에게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백악관 측은 인수위가 해외 고위인사를 만나 활동하기를 장려받기 때문에 불법은 결코 없었다는 입장이다. 타이 콥 백악관 변호사는 “유일한 문제는 플린이 허위진술을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트위터에서 “내가 플린을 해임해야 했던 건 그가 부통령과 연방수사국(FBI)에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가 인수위에서 한 행동은 합법적인 것이었기에 (유죄 인정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아무것도 감출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플린이 FBI에서 허위진술한 사실을 알고도 내버려뒀으며, 오히려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에게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은 ‘사법방해’에 해당된다는 역풍만 불거졌다.

남은 관건은 ‘1차 몸통’ 쿠슈너 선임고문을 시작으로 대통령까지 러시아와의 접촉에 관여 또는 공모했는지 여부다. 현지 매체 뉴요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제이 세큘로가 “범죄 성립을 위해선 법령 위반이 있어야 하는데 공모 관련 법령도 없고 공모죄도 없다. 대선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가 있어도 불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수사 진척을 염두에 둔 백악관 측이 미리 방어논리를 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스캔들로 뉴욕 증시도 출렁거렸다. 감세안에 대한 기대로 2만4000선을 넘어섰던 다우지수는 1일 특검의 플린 기소 소식이 전해지자 장중 4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