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법 감정은 ‘구속’을 곧 ‘응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여론 속에서 단죄를 원하는 검찰과 불충분한 기록을 신중히 접근하려는 법원은 영장재판 단계에서부터 크게 부딪혀 왔다. 사법부가 ‘독립성 침해’를 말하고 검찰이 ‘중요사건’을 강조하는 양상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영장항고제, 보석부 영장 발부 등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검찰은 “수사기록은 던져 버리라”며 불구속 재판과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재임기에 구속영장을 둘러싼 갈등이 컸다고 기억한다.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론스타 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 론스타 본사 임원진의 체포영장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재청구한 일이 유명하다.
당시 중수부장이던 박영수 특검은 “영장심사 결정에 불복하는 시스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감정을 드러냈다. 당시 법원의 반응은 “검찰이 법 공부를 좀 더 해야 한다”는 것이라서 갈등은 최고조로 달했다. 잇따른 영장 기각 사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영장전담판사, 대검 중수부장·수사기획관 등 4인의 비밀 회동으로 이어지며 또 다른 논란으로 튀었다.
검찰이 구속영장 기각 뒤 “국민적 여망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입장을 낸 일도 있다. 2007년 학력위조 의혹으로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사건에서였다. 서울서부지검은 당시 “사법의 무정부 상태를 야기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정만으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공식입장을 통한 ‘확전’은 드물었지만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이후에도 여러 사례에서 표출됐다. 영장 재판 절차를 두고서도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맞지, ‘영장실질심사’라고 표현하면 틀리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형사소송법의 개정 이전 단계에서 그간 수사기관이 집행해온 영장은 형식적인 것이었냐는 민감한 반응이었다.
법원과 검찰은 최근 국정농단 및 적폐청산의 수사 과정에서 다시 공방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말 중앙지법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는 논평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은 “영장 재판 결과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법치주의의 정신”이라고 검찰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경원 기자
[뿌리 깊은 법원-검찰 갈등] 檢 “영장심사 불복을…” 法 “검, 더 법공부를…”
입력 2017-12-04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