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5분 만에 “어? 배가 온다” 순식간에 충돌… 낚싯배 사고 재구성

입력 2017-12-03 19:04 수정 2017-12-03 23:57
잠수장비를 착용한 해경 대원이 3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해상에서 전복된 선창1호를 수색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크레인선박이 인양한 선창1호의 선내를 조사하고 있는 모습. 윤성호 기자
오전 6시 영흥도 선착장 출발
바람 불었지만 풍랑주의보 없어
“해경, 꼼꼼하게 안전점검”
추락 승객 스티로폼 잡고 버텨
충돌 급유선 선원들 구조 나서
구조대도 10여분 뒤 현장 도착


3일 오전 발생한 선창1호 전복사고 생존자 서모(37)씨는 “깜깜한 데서 갑자기 큰 배가 보이더니 선체 왼쪽을 들이받았다”며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겨울 바다낚시를 즐기기 위해 선창1호에 탑승한 승객들은 출발 5분도 안 돼 참사를 당했다.

서씨는 “출항하고 얼마 안 돼 동생 일행이 뒤쪽에 배 모양 불빛이 있다고 말했다”며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배가 나타나 선체 왼쪽을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배가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자 선창1호 사무장이 급하게 이를 알리고 소리치는 순간 우리는 배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고 했다. 다른 생존자 김모(27)씨도 “배 후미에 있었는데 급유선이 점점 가까이 오는 게 보였다. ‘어, 배가 온다’ 하는 순간 갑자기 충돌했다”며 “배가 강하게 흔들리면서 높은 파도가 배를 휩쓸었다”고 전했다. 서씨 일행은 “선장이 ‘배가 멀리 나가지 않고 한 시간 거리의 근해로 나가 낚시를 한다’고 해서 선체 바깥 갑판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6시9분쯤 배에 탄 누군가가 112에 신고했다.

서씨 등 일부 승객은 바다로 떨어졌다. 물살이 빨라 순식간에 사고 지점에서 멀어졌다고 한다. 바다에 빠진 승객들은 주변 스티로폼을 붙잡고 버텼다. 선창1호와 부딪혔던 급유선 명진15호 선원들이 라이트를 켜고 수색작업을 시작했다. 서씨는 “우리가 바다로 튕겨나간 뒤 상대 배를 향해 거듭 살려 달라고 요청했고, 급유선 측에서 망으로 된 그물을 던져준 뒤 배 안의 크레인으로 끌어올려줘 구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행 김씨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구출된 후 10여분 뒤 구조대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서씨 등은 “10∼15분 바다에 떠 있었다”고 했다.

송모(42)씨는 충돌 후 선실 안 깨진 틈으로 헤엄쳐 나온 뒤 전복된 배 위에서 구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밖에 14명의 승객이 선실 안에 남아 있었다. 이들 가운데 3명만 살아남았다.

이날 선창1호 탑승객 20명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취미로 낚시를 즐기기 위해 대부분 인터넷으로 승선 예약을 했다. 일부는 이전에도 해당 선박을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의 구조는 신속했다. 최초 신고자가 112 경찰청 통합시스템으로 신고하자, 인천해경은 4분 뒤인 오전 6시13분 영흥파출소에 구조보트와 경비정인 P12정을 현장에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해경은 명진15호가 구조작업을 벌이는 동안 현장에 도착했다. 신고 접수 후 33분 만인 오전 6시42분이다. 헬기는 7시10분쯤 기상 호전으로 출동, 14분 뒤인 7시24분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은 2015년 돌고래호 사고 당시에는 신고 1시간30여분 만에야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기상 상황은 사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들은 오전 6시 인천 영흥도 진두선착장을 출발했다. 오전 소나기가 내렸지만 안개는 짙게 끼지 않았다. 바람은 초속 7∼8m로 다소 강하게 불어지만 파고는 0.5∼0.8m 정도여서 풍랑주의보도 내려지지 않았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조업이 가능한 날씨였다”고 말했다.

생존자들도 “그냥 새벽이라 주변이 깜깜하기만 했다”며 “시야가 안 보인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영흥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44)씨도 “새벽에 비가 많이 내리진 않았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잠깐 소나기가 쏟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날씨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출항증을 끊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출항 전 해경의 점검도 꼼꼼했다고 한다. 서씨는 “오전 5시 정도에 먼저 모여 선부를 작성하는 작업을 미리 진행했다. 배가 떠나기 전 해경이 와서 구명조끼를 다 입고 있었는지도 일일이 점검했다”며 “해경은 안전교육을 하고 음주 금지 당부를 한 뒤 주민등록증을 받아 승선 명단도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른 생존자도 “사고 당시 탑승객 전원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우리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이형민 손재호 최예슬 기자 gilels@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