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최대 규모
언론 “트럼프가 중요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의원 1명당 로비스트 11명
감세법안 로비에 달라붙어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이 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감세 법안과 다소 차이가 있어 상·하원 조정 절차가 남아 있지만 하원 법안 역시 법인세 최고 세율을 20%로 깎기로 한 만큼 ‘20%안’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로써 미국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630조원)의 세금 감면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31년 만에 최대 규모 감세다. 특히 미국의 법인세 감면에 자극받아 다른 나라들도 감세 대열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감세안은 또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39.6%에서 38.5%로 낮추고, 상속세 부과 기준도 기존 550만 달러에서 1100만 달러(약 120억원)로 높이기로 했다.
감세안이 통과되자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한 정치적 승리를 거뒀고 미국 경제 살리기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법인세 감세로 기업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전통적 경제철학인 ‘낙수 효과’를 기대한 이번 법안의 이름은 ‘감세와 일자리 법(Tax Cut and Jobs Act)’이다.
공화당 소속 의원이 52명인 상원에서 법안은 찬성 51표, 반대 49표로 통과됐다. 공화당 밥 코커(테네시주) 의원과 민주당 의원 46명, 무소속 의원 2명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다만 감세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대기업의 투자가 늘면서 중소기업과 서민의 생활여건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진보 진영에선 대기업과 부자들만 더욱 부유해질 뿐이라고 본다. 앞서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2003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도 경기부양을 이유로 감세를 단행했지만 ‘낙수 효과’가 크지 않았다.
감세안을 놓고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로비에 나섰다. 워싱턴DC에 등록된 현역 로비스트 1만1000명의 57%에 달하는 6243명이 감세 법안 로비에 나섰다. 상·하원 의원이 총 535명이므로 의원 1명을 상대로 11명의 로비스트가 달라붙은 셈이다.
경기부양 효과는 미지수지만 감세에 비례해 연방정부 적자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상·하원 모두 감세로 인해 줄어드는 세수 감소분을 보완하고자 각종 세금공제를 없애거나 축소키로 했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는 “연방정부 적자가 앞으로 10년 동안 1000억 달러(약 108조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원은 정부 재정 타격을 우려해 1년간 이번 법안의 유예기간을 뒀다.
의기양양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안 통과 뒤 뉴욕에서 열린 2020년 대선 선거모금 행사에 참석해 “지금으로선 2020년 대선에서 그 누구도 우리를 대적할 수 없다”며 연임을 자신하기도 했다. 그만큼 감세안이 미국 경제를 좋게 하고 국민들도 지지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이번 감세안은 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고,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법인세를 35%에서 20%로 파격적으로 낮출 경우 미국 내 투자 유인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에 앞서 영국도 지난 4월 법인세 최고 세율을 20%에서 19%로 낮췄고 2020년까지 17%까지 내리기로 했다. ‘친기업 정책’을 표방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행정부도 지난 8월 현행 33.3%인 법인세율을 향후 5년간 임기 내 25%까지 단계적으로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2007년 26%였던 법인세율을 15%로 낮춘 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경제 대국들이 잇따라 법인세 인하에 나서면서 다른 선진국이나 작은 나라들까지 법인세 인하에 동참할 수도 있다. 다만 “기업들만 배불리게 한다”는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아 법인세 인하 효과를 놓고 각국에서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美 법인세 10년간 1630조원 감면, ‘트럼프 감세법안’ 상원 통과
입력 2017-12-03 18:56 수정 2017-12-03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