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역전에 대기업 ‘한국탈출’ 가속화” vs “초대기업 법인세율 높여도 주요국과 비슷”

입력 2017-12-03 18:58 수정 2017-12-03 23:56
법인세 개정안 논란 가열

與, 과표 2000억 초과 법인
22%→25% 인상안 추진
野 “세계적 추세에 역행”
美 인하땐 ‘한·미 역전’ 우려


미국이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까지 내리기로 하면서 정부·여당이 제시한 ‘핀셋증세’안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될 조짐이다. 당장 재계는 ‘법인세 역전 현상’이 발생해 국내 주요 대기업의 ‘한국 탈출’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수야당 역시 정부안이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일부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높이더라도 세계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정부가 확정한 세법 개정안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기존 최고 법인세율(22%)보다 3% 포인트 높은 25%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신고기준으로 과표구간 2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129개에 달한다.

기존에는 과표구간 200억원을 초과한 소득에 대해 22%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20%) 받았다. 여기에 ‘2000억원 초과’ 구간을 하나 더 두는 것이다. 200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면 해당 구간 이익에 대해서는 3% 포인트 더 높은 25%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이로 인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를 연 2조5599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축소, 설비투자 세액 공제 축소 안의 영향까지 모두 고려할 경우 정부·여당안에 따른 대기업의 세 부담 증가분은 약 3조1000억원에 이른다.

자유한국당은 정부·여당안에 반대한다. 법인세율 인상은 세계적 추세에 반하는 ‘청개구리’ 행보라는 주장이다.

실제 미국 상원은 지난 2일(현지시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15% 포인트 인하하는 세제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복잡한 8단계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소득이 약 1833만 달러(205억원)를 넘어서는 기업에는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90%가 넘는 기업이 이 구간에 속해 있어 사실상 ‘단일세율’에 가깝다. 대부분 기업이 법인세 인하효과를 체감하게 되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결국 법인세 인상은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미 삼성전자와 LG화학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미국의 경쟁사에 비해 높은 법인세 부담을 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2∼2016년 삼성전자 유효법인세율은 20.1%로 미국의 애플(17.2%) 퀄컴(16.6%) TSMC(9.8%)에 비해 높다. LG화학 역시 미국 다우케이컬과 독일 바스트, 일본 도레이사보다 높은 법인세를 부담했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로 세 부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의당도 2000억원 초과 구간 신설에는 반대하고 있다. 대신 현재 200억원 초과 구간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3%로 올리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재계의 이런 우려가 지나치다고 말한다. 기재부는 한경연 주장에 대해 “미국과 한국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다른 기준으로 계산됐기 때문에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2000억원 초과 법인에 대해 25%로 법인세율을 높이더라도 세계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경제규모가 유사한 10개 국가의 법인세 최고세율 평균은 24.6%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의 해외투자, 본사이전 등은 경기동향, 현지 금융시장, 규제현황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법인세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한국기업 탈출러시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