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연이은 반도체 통상압박을 가하고 있다. 자국 반도체업계의 주요 경쟁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을 타고 급성장하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미국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 등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메모리모듈 부품이 자국 업체 넷리스트의 특허권을 침해했는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넷리스트는 지난 10월 31일 SK하이닉스가 자사 메모리 회로판 등 메모리모듈 부품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삼성전자도 ITC로부터 미국 반도체 업체의 특허 침해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앞서 미국 반도체 패키징시스템 전문업체 테세라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 미국 특허기술 2건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ITC는 조사를 거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는지 판정할 예정이다. 관세법 337조는 미국 내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외국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를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이다.
미국의 반도체 통상압박은 한국 업체의 성장을 견제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웨스턴디지털(WD) 등 자국 반도체 업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약 177조원을 지원하겠다며 ‘반도체 굴기’를 외쳤을 때도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제동을 걸었다.
올해 한국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슈퍼호황’을 맞아 크게 성장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를 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세계 반도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지난해 말 180만2000원에서 지난 1일 41.1% 오른 254만2000원을 기록했다. D램 점유율 2위 SK하이닉스 주가는 같은 기간 4만4700원에서 73.2% 올라 7만7400원이 됐다.
반도체 호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D램 가격은 아직 상승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4GB 기준)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달 30일 3.59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3.50달러보다 2.57%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내년부터 반도체 가격이 점차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6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은 이미 시작됐고 D램도 내년 1분기 이후엔 공급 부족이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도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美 ITC, 한국 반도체 연타… 이번엔 “SK하이닉스 조사”
입력 2017-12-03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