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통화 고삐 계속 죄면 원고 꺾일 듯

입력 2017-12-03 19:34 수정 2017-12-03 21:45

미국은 이달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통화 긴축정책의 고삐를 계속 당길 전망이다. 경제 호황의 자신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가팔랐던 원화 강세도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수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높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3일 한은의 해외경제 포커스를 보면 미국 등 주요국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3.3%로 3년 내 최고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허리케인이 없었다면 3.9%까지 올랐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유럽연합(EU)도 3분기 0.6%로 양호한 회복세가 이어졌다. 9월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 일본은행도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1.8%에서 1.9%로 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아직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지만 경제 회복을 감안하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내년 하반기 더 빨라질 수 있다. NH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국제유가 반등과 낮은 실업률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미국은 3회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달 30일 11원 이상 큰 폭으로 뛰며 1088.2원에 마감했다. 지난 1일에도 소폭 내리는 데 그쳐 하락세가 진정됐다. 대신증권 박형중 연구원은 “이미 환율 하락이 과도한 상태”라며 “연내 환율이 점진적으로 올라 1100원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하락이 진정되면 한국 수출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가팔랐던 환율 하락도 실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은 적다는 분석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추산한 한국의 실질 실효환율은 10월 말 기준 연초 대비 1.4% 오르는 데 그쳤다. 원·달러 환율이 원화와 달러의 상대가치를 보여주는 데 비해 실질 실효환율은 원화가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가치를 종합해 보여준다. IBK투자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수출 경쟁력을 훼손할 만한 심각한 수준의 원화 강세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 우려가 제한되면 삼성전자 등 IT 대형주의 하락도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고, IT주의 실적 개선도 지속되고 있다”며 “섣부른 매도나 실익 없는 관망보다 현재 국면이 저가 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