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과 어깨, 복부 등 5군데 총격을 받은 환자를 보는 순간 너무 처참해 나도 모르게 기도(祈禱)를 드리게 됐어요.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귀순 병사가 살아난 건 기적이에요.”
미8군 제2전투항공여단 의무대 소속 고팔 싱(39) 하사는 지난달 13일 출동명령을 받은 지 7∼8분 만에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도착했다. 이날 JSA를 넘어 귀순한 북한 병사는 총에 맞아 숨 쉬는 것도 힘들어했다. JSA 의무팀이 긴급 지혈 조치를 했지만 쇼크 상태에 빠진 병사의 팔, 다리는 핏기가 없었고, 맥박은 약했다.
싱 하사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곧바로 조치를 취하고 헬기를 띄우지 않으면 15분 내에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싱 하사 일행이 헬기에 태운 병사는 숨 쉬는 게 괴로웠던지 자꾸만 몸을 일으켜 앉으려고 했다. 그냥 두면 상처 부위에 생긴 구멍으로 공기가 들어가 심장과 폐를 압박할 위험이 높았다. 싱 하사는 급히 병사의 가슴에 바늘을 찔러 공기를 빼내는 응급조치를 취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헬기 조종사는 블랙호크의 엔진출력을 최대치로 높였고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블랙호크는 20분간 논스톱 비행 끝에 이국종 교수가 기다리는 아주대병원에 도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싱 하사는 이 병사가 목숨을 걸고 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인줄 몰랐다고 했다. 병사는 얼핏 영양실조에 걸린 듯 보였지만 북한군으로 식별할 만한 걸 소지하지 않았다.
싱 하사는 후송을 마치고 돌아온 뒤 동료로부터 문자를 받고서야 병사의 정체를 알았다. 북한군 귀순 소식을 다룬 뉴스가 이미 나오고 있었다. 싱 하사는 지난달로 한국 근무를 마쳤고 이달 중순이면 제대를 한다. 싱 하사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귀순 병사 오청성(25)씨를 만나 축하인사를 건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씨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의무대원으로 복무하는 모든 동료들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귀순 北 병사, 상처 너무 처참해 나도 모르게 기도… 이건 기적입니다”
입력 2017-12-04 05:05 수정 2017-12-04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