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이 8년9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도권에서 아파트 공급이 쏟아지고 겨울철 이사 비수기가 되면서 전세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에서는 전세 가격이 강세를 이어갔다.
3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01% 떨어졌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증감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9년 2월 9일 0.03% 하락한 이후 약 8년9개월 만이다.
아파트 전세가는 올해 들어 주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세가는 전주 대비 0.06%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 한 차례도 0.02% 이상 오르지 못했다. 최근 5주간은 비슷한 가격 흐름을 유지했다.
전세가 하락세는 서울 밖에서 두드러졌다. 경기도 아파트 전세가는 전주보다 0.02% 하락해 5주 연속 떨어졌다. 경기도 내에서도 광명(-0.08%)과 화성(-0.10%), 광주(-0.14%)의 하락폭이 컸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가 하락한 것은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져 단기간에 전세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전국 아파트 15만444가구가 입주할 예정인데 특히 수도권은 입주예정 가구가 7만9998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8% 증가한 물량이다.
전세 관련 각종 지수도 전세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세거래지수는 11.9로, 2008년 12월 29일(8.6)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세거래지수는 0∼200 범위에서 100을 초과할수록 활발하다는 의미다. 전세수급지수도 118.1을 기록해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세수급지수는 올 2∼3월의 경우 150을 훌쩍 넘었으나 최근 겨울철 이사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떨어졌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량이 얼마나 충분 또는 부족한지를 0∼200 숫자로 표현한 체감지표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상태가 100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 부족,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전세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부동산 투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 하향세가 지속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주에도 여전히 전주 대비 0.03% 상승세를 나타냈다. 강북은 0.02%, 강남은 0.04% 상승했다. 특히 광진구(0.12%)와 성동구(0.12%), 금천구(0.21%)의 상승세가 강했다.
글=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아파트 전셋값 8년9개월 만에 뒷걸음
입력 2017-12-03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