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주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등골이 오싹한’ 불쾌한 음의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북한 핵미사일 공격을 가정한 첫 대피 훈련이 실시됐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2일 보도했다. 주민들은 핵 공격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훈련에 응했다.
사이렌은 오전 11시45분부터 수분간 울렸다. 하와이에서는 이전에도 허리케인이나 쓰나미에 대비한 사이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이전 소리들과 전혀 달랐다. 한국의 공습경보 시 울리는 것과 같은 고음의 경고음을 새로 도입했는데, 소리 자체가 묘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렌이 울리는 동안 라디오와 TV에서는 “전 주민이 대피 장소로 이동하고, 경보 해제 전에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현지 작가인 존 테슈너(37)는 워싱턴포스트에 “냉전시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우리 세대는 핵전쟁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오늘 사이렌을 들으면서 ‘아, 1962년 쿠바 핵미사일 위기 때 부모 세대가 느꼈을 공포가 이런 것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이렌이 울려 퍼질 때 호놀룰루의 카엘레푸루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용기를 북돋워주는 상자(courage kits)’로 놀이를 진행했다. 상자에는 가족사진과 평소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자가 담겨 있는데, 핵미사일 공격 시 학생들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피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고 고안됐다.
하와이는 당분간 매달 첫째 주 평일에 핵미사일 공격 대피훈련을 실시한다. 하와이 비상관리국 고위관리는 “핵 공격 가능성은 아주 낮고 공격을 해도 140만 주민의 90%가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모든 재난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앵∼앵… 北 핵공격입니다 대피하세요” 美 하와이 사상 첫 가상 훈련 실시
입력 2017-12-03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