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법정기한 내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여야가 ‘예산안 늑장처리’ 구태를 탈피하겠다며 2014년 도입했던 ‘국회선진화법’을 3년 만에 스스로 내팽개쳤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고 2018년도 정부 예산안을 원안대로 상정했다. 그러나 여야가 공무원 증원 및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 방식 등 쟁점사항 합의에 실패하면서 예산안 표결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여야는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 법정기한 내 미처리’라는 선진화법 무력화 선례를 남기게 됐다. 국회는 2015년과 2016년 법정기한을 각각 48분, 3시간57분 넘겨 예산안을 처리했다.
여야는 3일 물밑협상을 계속했지만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했다. 공무원 증원 문제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안전 분야 공무원은 어느 하나도 줄이기 아깝다”고 강조한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주먹구구식 공무원 증원” “미래세대에 가혹한 짐”이라고 맞섰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4일 본회의 개최에 합의했으나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 처리되지 못하면서 정부·여당의 개혁 입법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아동수당 신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국가정보원 개혁법안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다당제 과반 야권’의 정치구도 속에서 121석 여당만의 힘으로는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3년 만에 걷어찬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첫 예산안 불발
입력 2017-12-03 18:44 수정 2017-12-03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