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됐지만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정처리 시한을 넘겼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된 이후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법정처리 시한은 정부가 새해부터 예산을 집행하도록 회계연도 시작 30일 전까지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한 마지노선이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게 아니다.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겼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1차적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 엉성한 추계로 수백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들을 밀어붙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공무원 증원 예산과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아동수당 등에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당장은 내년 1만5000명 공무원 증원에 5359억원이 들지만 연금 등을 포함하면 30년간 300조원 넘는 재정이 투입되는 ‘혈세 먹는 하마’를 합의해 달라는 건 무리다. 증원이 필요하다면 꼭 필요한 분야로 제한해야 한다.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겠다던 최저임금 보전 방안도 여당은 “1년으로 못 박을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고 매년 이를 재정으로 메워주는 것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다. 야당도 재정 추계는 면밀하게 따지되 양보할 부분은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할 필요가 있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일할 수 있게 해줘야지 무조건 발목 잡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국회가 정작 할 일은 내팽개친 채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는 한통속이었다. 국회의원 보좌진을 7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더니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는 내년 국회의원 세비를 2.6% 인상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세금이 연간 6억원 들어간다.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회의원 1인당 연봉은 1억3796만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국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한다면 세비를 아무리 올려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쟁만 일삼는 우리 국회를 돌아보면 세금이 아깝다. 지난해 여야는 20대 국회 내내 세비를 동결하겠다고 했다. 선거 끝났다고 이제 와서 그걸 뒤집는 것은 후안무치다.
[사설] 예산안 처리는 안 하고 세비만 올린 국회
입력 2017-12-03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