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그린의 호랑이’ 본색

입력 2017-12-01 21:20
타이거 우즈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바하마 나소의 올버니GC에서 열린 히어로 월드챌린지 1라운드 4번홀에서 힘껏 아이언샷을 때린 뒤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10개월 만에 필드에 나선 우즈는 3언더파, 공동 8위로 첫날을 마치며 ‘골프황제’의 복귀를 알렸다. AP뉴시스

우즈, PGA 복귀전… 드라이버샷으로 324야드 날리며 포효

장타자 토머스보다 30야드 길어
히어로 월드챌린지 첫날 3언더파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8위 올라


“The wait is over(기다림은 끝났다).”

11월 30일 낮 12시5분(현지시간). 히어로 월드챌린지 1라운드가 열린 바하마 나소의 올버니GC(파72·7302야드)에는 정적이 흘렀다. 모두들 10개월 만에 그린에 복귀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티샷을 보기 위해 숨을 죽였다. 함께 라운드를 펼치는 ‘신 골프황제’ 저스틴 토머스(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우즈는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힘차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주변에선 탄성이 울러 퍼졌다. 우즈가 이전의 호쾌한 스윙을 보여준 것이다. 그가 때린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324야드(296m). 동반 플레이를 펼친 장타자 토머스보다 30야드나 더 나갔다.

우즈는 네 차례 허리 수술로 선수생명이 끝난 것으로 여겨졌다. 올 10월만 해도 9번 아이언샷이 80야드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즈는 복귀전에서 언제 아팠느냐는 듯 연신 장타를 뿜어냈다. 골프채널에 따르면 3번홀(파5)에선 2번 아이언으로 260야드를 날려 2온에 성공했다. 골프채널은 “9번홀에서 우즈의 드라이버 샷 볼 스피드는 시속 178마일(286㎞)로 측정됐다. 지난 시즌 PGA 투어 1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퍼트 수도 28개로 괜찮았고 막판 체력저하도 없었다. 지난해 이 대회 1라운드에서 우즈는 16, 18번 홀에서 체력 문제로 더블보기를 범했지만 이날은 16번홀부터 마지막홀까지 파로 마무리했다. 아쉬운 것은 칩샷의 정확도뿐이었다.

우즈는 이날 버디 5개,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적어내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전체 18명 선수 중 단독 선두 토미 플리트우드(6언더파·잉글랜드)에 3타 뒤진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토머스와 같은 스코어이고 세계랭킹 1, 2위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와는 불과 한 타 차다. 우즈는 첫날 플레이에 대해 “Great(아주 좋았다)”이라고 외쳤다. “대회에 나와 티샷을 날리니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즈의 성공적인 복귀에 세계 스포츠계도 일제히 환호했다.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미국)는 “The wait is over”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도 “우즈의 복귀를 본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였던 보 잭슨도 “우즈의 복귀를 볼 수 있는 멋진 날”이라고 썼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스트라이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네덜란드 축구 레전드 루드 굴리트 등 축구스타들도 “타이거가 돌아왔다”고 기뻐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우즈의 복귀기사 제목을 영화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 빗대 ‘The good, the bad and the euphoria(좋은 놈, 나쁜 놈, 매우 행복한 놈)’로 내걸었다. 우즈의 복귀에 얼마나 팬들이 들떠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