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 고교생 현장실습 개선안 주요 내용
정부가 1일 내놓은 직업계 고등학생 현장실습 대책은 더 이상 학생을 저임금 근로자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현장실습 학생들이 취업을 전제로 저임금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특히 위험한 업무에 투입돼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문제가 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만 4명의 학생이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잘리거나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 2월 울산에서 현장실습생 김모(18)군은 절곡기에 손가락 4개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레스기나 절단기 등은 고도의 숙련도가 요구되는 위험한 작업인데 실습기간이 3∼6개월에 불과한 학생이 업무를 맡았다.
근로자가 아닌데도 야근을 해야 하는 학생도 많았다. 지난해 교육부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점검에서 적발된 109건의 근로권익 침해 사례 중 63건(57.8%)이 근무시간 초과였다. 특성화고 권리연합회가 지난달 27∼28일 조사한 현장실습 실태조사에서는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을 초과해 13시간씩 일했다” “실습생은 옆에서 보고 배워야 하는데 한번 알려주고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직업계고 특성을 감안해 학습중심의 현장실습만 제한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실습계약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따르며, 임금 대신 현장실습지원비를 받게 된다. 실습비는 기업이나 학교가 지급한다. 실습생 신분을 학생으로 못 박아 부당한 지시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현장실습 지도·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우수업체들이 그래왔듯 모든 기업체에 학교 교사나 기업에서 지정한 교육 전담자가 투입돼 실습생들을 관리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공과 관계없는 곳에 학생을 보내는 일도 금지된다. 지난달 17일 현장실습생 박모(18)군은 인천의 한 식품회사에서 일하다가 육절기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박군은 디지털전기과였지만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식품회사의 가공육 제조직무에 투입됐다가 손가락을 다쳤다. 교육부는 학생 전공과 실습 업체의 적합성을 더 엄격히 따져 승인하기로 했다.
문제는 교육 이후의 취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무조건 취업률을 높이라는 지시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지만 직업계고 특성상 취업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의 한 특성화고 교감은 “이제는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가는 순간 학교에서 (취업을) 신경써줄 수 있는 측면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언 이형민 기자 eon@kmib.co.kr
현장실습생 ‘싼값에 노동력 착취’ 봉쇄한다
입력 2017-12-01 18:52 수정 2017-12-01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