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 603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한다. 상당수 국내 기업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경영 감시와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높이고 능동적으로 투자 수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재계는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앞세운 정부의 경영권 간섭을 우려한다.
박능후(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국민연금은 국민이 맡긴 소중한 노후자금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투자회사 가치 향상을 추구하고, 궁극적으로 기금의 장기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적용하는 범위와 대상은 아주 제한적으로 시작해 국민 공감대를 이뤄갈 것”이라며 “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라고 덧붙였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는 자율지침(가이드라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방만 경영,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스위스 일본 미국 등 12개 국가에서 운영 중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찬성표를 던진 것에 비난이 빗발치면서 논의가 물살을 탔다. 현재 11개 자산운용사, 2개 자문사가 도입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기업 경영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주권을 바탕으로 경영 성과가 저조한 투자 기업을 감시하고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개선안을 요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278개에 이른다.
재계의 시선은 경영권 침해·간섭, 즉 직접 사외이사와 감사를 추천해 경영권 참여를 대폭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꽂혀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 등을 앞장세워 민간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박 장관은 “경영 간섭 우려를 불식할 투명한 관리기구와 원칙을 만드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며 “건강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높다는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수익성 하락 불안도 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적극 나선다
입력 2017-12-01 18:26 수정 2017-12-01 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