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살인사건 범인 ‘담배꽁초’로 잡았다

입력 2017-12-01 20:02

퍽치기범 흡연 장면 포착
꽁초 수거해 유전자 분석
13년 전 대구노래방 여주인
살해범 정보와 일치해 구속


대구 노래방 여주인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13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담배꽁초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요금 시비로 노래방 업주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A씨(48)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4년 6월 25일 새벽 대구 북구 한 노래방에서 여주인(당시 44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노래방 여주인은 흉기로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과다출혈이었다. 경찰은 금품이 사라지지 않은 점 등을 미뤄 원한관계를 중심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용의자 특정에 실패했고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A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11시50분쯤 대구 중구 골목길에서 귀가하던 여성(22)을 둔기로 때리고 손가방을 빼앗은 일을 계기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당시 현장 주변 CCTV를 분석하다 A씨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포착했고 일대 담배꽁초를 수거해 분석했다.

그 결과 꽁초에서 나온 유전자 정보가 13년 전 노래방 여주인 살해사건 용의자 유전자 정보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A씨는 13년 전에도 범행 현장에 담배꽁초를 남겼고 이때 경찰이 꽁초에서 유전자 정보를 확보해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찰은 이후 수사전담팀을 꾸려 집중적으로 수사한 끝에 지난 28일 A씨 집 주변에서 그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A씨는 2004년 노래방에 손님으로 갔다가 여주인과 요금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21일에는 술을 마시고 생활고를 비관하다 강도질을 했다고 진술했다.

김장수 대구 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DNA 분석 기법이 발달해 노래방 여주인 살인사건의 진범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구체적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 등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